[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경제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우회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주열 총재의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는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의미하는 문구가 담겼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네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한 선을 그어왔던 한은의 입장이 돌아선 셈이다. 상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에는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금리인하도 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5월 말 열린 직전 금통위만해도 한은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입장과 함께 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번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외부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국제 무역과 반도체뿐 아니라 저출산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악화 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계부채도 여전히 위험요소로 진단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기념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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