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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게임은 문화다]韓 문화 전도사 K게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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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등재 '직격탄'될라…수출산업·한류주역 재평가 필요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역기능 논란도 고개를 들 형국. 하지만 게임은 우리 대표 수출 산업이자 전 세계를 무대로 한류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점에서 자칫 섣부른 판단은 수출 및 산업 경쟁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콘텐츠 수출 75억달러 중 절반 이상을 차지, K팝이 이끄는 음악 산업의 8배가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도 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게임 만들기에 분투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노력과 순기능을 기획으로 다뤄 본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다. 게임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된 순간이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도 이견이 분분했던 이른바 게임 중독에 질병이라는 낙인을 찍은 셈이다.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된 게임 이용 장애는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됐다. WHO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플레이 행위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를 게임 이용 장애로 판단했다.

그러나 WHO의 이 같은 판단에 전 세계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게임 이용 장애가 ICD-11에 포함될 만큼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 성명이 잇따르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틀 뒤인 27일 한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브라질 게임산업협단체는 "WHO가 학계 동의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을 우려한다"며 "이번 조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결과가 되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될 수도 있으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번 ICD-11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게임산업에 '중독 낙인'이 찍히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찬성하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내 정신의학계가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 이용 장애가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일반인은 이의 구분 없이 게임 자체를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명사는 인간의 언어활동 중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 쓰인다"며 "게임 과몰입, 질병, 중독과 같은 단어를 쓰게 되면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며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픽=아이뉴스24]
[그래픽=아이뉴스24]

◆게임은 중독 물질? 논란만으로도 산업 '직격탄'

게임이 '중독 물질'이라는 부정적 인식만으로도 게임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국내 게임산업의 피해액은 2023년 2조2천64억원, 2024년 3조9천467억원, 2025년 5조2천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3년간 게임산업의 경제적 위축만 약 1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사회적·의학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ICD-11로 인해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이자 국내 IT 분야 한 축인 게임산업 성장 엔진이 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초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13조1천423억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0.6% 성장한 수준. 같은 기간 수출액 역시 59억2천300만달러(약 6조6천980억원)로 전년 대비 80.7% 급증했다.최근 7년 래 가장 높은 성장세다.

게임은 한류 문화의 선봉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 추정치는 전년 대비 8.8% 증가한 75억달러대. 이중 게임 비중은 절반 이상인 42.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K팝이 선도하는 음악 분야 수출이 5억1천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8배나 큰 규모다. 한국 게임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난공불락'이라 여겨지는 일본 시장에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국산 게임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넥슨의 간판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만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로 유명하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는 이 게임의 2018년 매출을 13억달러(약 1조5천억원)로 추산한 바 있다.

국내에서 정상급 인기를 이어가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역시 조 단위 매출을 기록 중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서머너즈워' 등도 누적 1조원을 돌파한 대표 게임들이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은 문화'…게임 혁신은 계속된다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업계는 수출과 한류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자 문화로서 역할과 혁신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지난달부터 SNS 등을 통해 질병코드 등재 반대 및 '게임은 문화'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를 잇따라 공개하며 외부에 공유하는 등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게임학회와 함께 '2019 게임문화 학술논문 공모전'도 마련했다. 게임은 문화라는 관점에서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신진학자들을 발굴해 게임문화 관련 담론의 생성·확장을 꾀하겠다는 의지다.

시장을 선도할 차기작 마련 등 신작 행보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는 유난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빅3의 기대작들이 대거 베일을 벗을 예정.

넷마블은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오는 26일 출시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흥행 성과를 이어갈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S'의 연내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 '마비노기'와 같이 자사 간판 IP를 활용한 모바일 신작을 선보인다.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도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학회를 비롯해 89개 협단체가 한데 모여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하기도 했다.

공대위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게임 생태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기로 규정하고 향후 게임 질병코드의 문제점을 적극 알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 등재 차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위정현 공대위 대표는 "자문 변호사 의견 등에 따르면 WHO가 질병코드 도입을 하면 한국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KCD 도입을 강행 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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