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세대 통신(5G) 품질 논란이 이통 통신 3사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LG유플러스가 광고를 통해 '5G 1등'을 주장하고 나서자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
정부가 올해 5G 품질에 대한 별도 비교측정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3사간 주도권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될 조짐이다.
◆"우리가 1등" vs "비교 측정 자체가 불가능"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 주요지역 186곳에 대해 5G 단말과 벤치비(속도측정앱)로 최근 30일 평균 속도 값을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속도 1위를 기록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5G 1등은 LG유플러스"라 공언하고 있는 것.
그러자 경쟁사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비스 초기 자체 측정 결과여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네트워크전략담당(상무)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최고라는 (광고)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인프라그룹장(상무) 역시 "엔지니어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누가 언제 어떻게 찍었는지에 따라 (결과가)다르다"고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자체 진단을 통한 결과로 공신력이 떨어지고, 서비스 초기여서 LTE와 혼용되는 사용되는 현재 정확한 5G 품질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5G 주도권 다툼, 품질 논란에 진실 공방 형국
KT는 지난 26일 '5G 품질 팩트체크' 자리를 마련하고 벤치비 데이터를 통해 LG유플러스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KT가 문제로 삼은 것은 ▲단말 제한성 ▲의도적 측정 ▲벤치비 툴의 한계 등 크게 세가지다.
우선 단말 제한성이다. KT는 LG유플러스가 LG전자 'V50 씽큐 5G'로만 측정,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5G 단말인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를 배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인 상무는 "LG유플러스의 LG V50 속도가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갤럭시S10 5G로 측정하면 가장 낮은 속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5G 단말은 2종류로 대체적으로 8대(갤럭시S10 5G) 2(LG V50) 비율로 쓰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V50의 비율이 다소 높다해도 7대3 수준일 것"이라며, "많이 쓰는 단말로 측정하지 않고 V50만으로 측정된 결과를 내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LG유플러스가 측정한 주변 지역을 확인한 결과 갤럭시S10 5G는 고속구간 데이터가 전혀 없는데 LG V50은 고속 구간에 측정이 집중되는 등 측정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각 지역 중 V50은 상당수 측정이 이뤄졌지만 갤럭시S10 5G는 해당 지역 측정이 거의 없다는 점도 결과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는 것.
벤치비 속도측정 앱의 한계 탓에 이 같은 왜곡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벤치비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고정점을 측정하는 방식이어서 1회당 33초 측정으로 연속측정이 불가능하고 5G-LTE 망 전환 측정도 할 수 없다는 것.
김 상무는 "벤치비의 약점은 의도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같은 지역에 3사 장비가 모두 있고 전부다 모아 측정할 수 있다면 큰 차이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각 회사마다 특정 지역에서 자기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류정환 상무는 "LG유플러스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고 그렇게 (결과가)나온 것도 말이 안된다"며, "어떤 곳은 (경쟁사에) 이기기도 또 어떤 곳은 지기도 하는데, (이 같은) 품질 비교를 하고 싶겠지만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무리한 측정을 문제삼았다.
◆과도기 품질비교는 '무리'
앞서 KT도 고정된 지점이 아닌 실제 모바일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해야 더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로 서울 강남 지역 드라이빙 테스트를 통해 KT 5G 품질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커버리지를 비롯한 장치와 지형 등 변수가 많고 아직 커버리지가 구축단계인 서비스 초기 일부 지역 측정결과로 품질을 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은 업계도 동의하는 대목.
실제로 5G는 현재 정확한 커버리지도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LTE와 혼용돼 사용되는 상황이어서 과거 커버리지가 미비할 수도, 최근 최적화가 더 잘됐을 수도, 또는 장치수가 늘어날 수도 있어 가령 최근 30일 등 특정 기간에도 품질에 변화가 생기는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더욱이 벤치비 데이터는 동일 지역이라 하더라도 10m 반경 이내에서 속도가 춤추듯 측정되기 때문에 상황마다 다른 속도값을 보여준다. 안테나의 위치나 출력, 반경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통 3사 모두 자신이 유리한 지역, 방향 등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상무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반경 10m 안에서도 5~23배까지 속도 차이가 발생한다"며, "매시브 마이모(M-MIMO) 등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도 조금만 떨어져도 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품질을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품질측정 비교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류 상무는 "우리의 품질을 측정할 때 우리가 올린 데이터만 보고 우리만 써야 신뢰도가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신뢰하기 어렵고, 과도기 적인 상황에서 한계가 분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KT 드라이빙 테스트가 벤치비보다 객관적이라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측정 결과로는 우리가 더 (속도에서)이기는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서비스 초기임을 감안, 올해 5G 품질에 대해서는 따로 속도 측정 등 비교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과도한 품질 논란이 오히려 이통 3사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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