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를 겨냥한 일본의 '핀셋 규제'로 출시 전 막바지 점검 단계의 '갤럭시 폴드'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갤럭시 폴드'의 화면 구성을 위한 필수 소재이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를 개별허가 품목으로 분류한다. 이들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업체는 일본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이같은 조치를 사실상 금수조치로 여기고 있다.
그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해당 품목의 수출 불허가 예상되는 데다, 허가를 얻더라도 90일 가까운 심사 승인 기간을 거쳐야 한다. 종전까지 국내 업체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이 소재를 수입할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휘어지는 성질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다. 아직까지 상용화된 사례가 없지만 폴더블폰 공개를 계기로 관심이 집중됐다.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세계 최초 폴드블폰 상용화 모델로 관심을 모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수입, 가공해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 커버윈도(화면덮개)로 만든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의 강화유리 덮개 대신 접었다 펼 수 있도록 플라스틱 성질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로 디스플레이 덮개를 만들어 씌우는 것이다. 즉 폴더블폰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소재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인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일본 스미토모로부터 대부분 조달한다는 점이다. 스미토모는 이번 수출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국내 업체들이 일반 디스플레이 소재에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에선 스미토모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의 기술 의존도가 큰 기업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금수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폴드'는 지난 4월 말 출시를 앞두고 미국 사전 리뷰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결함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당시 지적된 힌지 부분 이물질 삽입 가능성, 화면상 접힘 자국, 보호필름 인위적 제거 가능성 등 문제점을 보완한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내부검증 중이다.
당초 삼성전자가 내달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10'을 출시한다는 점을 감안, '갤럭시 폴드'의 7월 출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 100만대가량 판매를 목표로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스미토모도 정식 양산 단계에서 생산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물량이 많이 확보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일본의 이같은 조치를 예상 못한 만큼 양산에 필요한 소재 물량이 덜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 중에선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생산기술을 갖췄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하는 구조라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적용 대상은 아니다.
다만 아직 양산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전문가는 "스미토모에서 다른 공급처로 변경되더라도 양산 준비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폴더블폰 출시, 또는 양산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일 양국 정부 차원의 통상분쟁에 대해 기업 입장에선 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폴더블 출시와 판매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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