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반도체 업계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관련 기업 경영진의 비상회의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과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간 소재 3종 중 당장 급한 것은 반도체 관련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불산가스)다. 다만 일본 정부가 8월부터 보다 포괄적인 수출규제를 거론하는 만큼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내 30대 기업 총수들과 4대 경제단체가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렸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일부터 일본을 방문, 현지 공급처들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규제 최대 피해자가 반도체 업계인 만큼 남다른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간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FPI)는 갤럭시 폴드에 들어가는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용 투명 필름이다. 폴더블폰 화면 구현을 위한 필수소재로 삼성전자가 스미토모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갤럭시 폴드는 아직 테스트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국내 업체들의 공급이 가능한 만큼 FPI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급한 쪽은 반도체 소재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와 불산가스 수급이 현재로선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인 극자외선(EUV) 공정용 소재가 이번 수출규제 대상이다.
EUV는 초정밀 회로 생성이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7나노(nm)급 생산라인이 하반기 가동되는 가운데 EUV 포토레지스트 전량을 TOK, JSR 등 일본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종합 1위를 위한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주축이기도 하다.
반도체 회로 새김과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불산가스)의 경우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생산 불화수소도 일본으로부터 원료를 조달받는 구조다. 독일 솔베이, 중국 싱파 등 업체들도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어 대체공급은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 적용을 위한 테스트 기간을 감안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스텔라, 모리타 등 일본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업체들의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법인을 통한 우회수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해외경제연구소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해외법인을 통한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의 수출도 일본 정부의 승인 대상"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가 수출규제 가능성에도 촉각이 곤두선 분위기다. 당초 일본 정부가 8월 중 반도체 장비, 첨단소재 등이 포함된 전략물자 수출에 관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방침임을 밝혔다. 오는 21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 전까지 일부 품목에 대한 추가 규제가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장의 공급처 변경, 우회수출 등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업계 위기감이 더 큰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추가 수출규제를 염두에 두고 반도체 장비, 소재 관련 공급처를 두루 찾아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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