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일본 정부가 4일부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수출규제에 들어갔다. 일본업체들이 포토리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필수 소재 3종의 한국 판매 계약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국내 업계의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은 여기서 더 나아가 8월부터 수출규제의 전방위적 확대를 예고하는 입장이다. 이번 수출규제로 국내 제1 수출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대일 의존도가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반도체 장비, 소재 분야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업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품목은 반도체 생산의 품질과 직결되는 노광, 식각 등 공정에 활용되는 필수 소재다. 포토리지지스트와 불화수소는 각각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회로도를 그리고 그 모양대로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활용되는 소재들로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 7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가능한 '전략물자'의 일종으로도 분류된다. 바세나르체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국가간 협약에 따른 수출통제 품목이지만, 국가별로 우호도가 높은 경우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한다.
일본 정부가 이날부터 수출규제에 들어간 3종은 전략물자 중에서도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품목들이다. 한국경제에 단기적으로도 충격이 큰 '핀셋 제재' 형태지만 일본은 오는 8월부터 한국을 이같은 화이트리스트 군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전략물자 1천700여 품목 중 방위산업과 직결된 품목을 제외해도 1천건이 넘는다.
여기에는 반도체와 생산장비, 부품은 물론 컴퓨터, 통신장비 등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각종 화학소재들이 포함돼 있어 수출규제가 전면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재량으로 전략물자에 '준하는' 상당한 품목들이 더 수출규제 대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당장 가능성이 큰 쪽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인 점을 감안, 제조장비·소재 등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소재 日 업체들 영향 '막강'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경우 한국의 대표적 취약 분야로 거론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산업은 645억달러(75조원) 규모로 한국이 그 중에서도 177억달러(20조원), 전체 27%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장비산업의 경쟁력은 미·일 업체들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반도체 품질과 직결되는 노광, 증착, 식각 등 전공정 분야가 전체 장비시장의 70%를 차지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철저히 해외에 의존하는 분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의 경우 한국 기술력은 상위업체들의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 램 리서치, 일본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 장비에서도 상위 10개 업체에 도쿄 일렉트론, 스크린, 히타치, 다이후쿠 등 5개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삼성 자회사인 세메스 1곳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들의 장비 수입도 일본이 45%로 가장 크며 네덜란드 25%, 미국 24% 순이다.
소재 시장도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 소재 시장 점유율은 세계 50%. 반도체 기본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원판만 해도 신에츠, 섬코 등 일본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장비,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반대로 반도체 장비, 소재 시장 전반의 위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반도체 가격의 급락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 시장은 예년보다 14%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애플, 화웨이는 물론 일본 소니, 파나소닉의 TV와 가전까지 공급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IT업계 전체가 늪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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