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정부가 통신상품의 요금제(이용약관) 신고시 '수리 절차'를 따로 규정한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가제 폐지 등 정부 규제 완화 방침과는 다른 또 다른 규제 강화라는 지적에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지난달 이 같은 '수리가 필요한 신고제'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법제처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수리를 필요로 하는 신고사항과 그렇지 않은 신고사항을 구분하는 신고제 합리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에 따른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상 법상 신고란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서가 행정기관에 도달하면 신고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보고 별도의 '수리행위'를 필요로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일부 신고의 경우 신고 요건을 갖춰 신고 했더라도 행정청의 수리행위가 있어야 신고 효력이 발생한다. 이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제도'라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에 따르면 통신 요금은 시장 1위 사업자의 경우 요금제의 요건 등을 담은 이용약관을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한 인가제와, 이 외 사업자의 경우 이용 약관 신고만으로 요금제을 출시하는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 같은 인가제와 같은 요금 규제가 오히려 담합을 조장하고 요금 경쟁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폐지, 신고제로 일원화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학계에서는 신고제도가 '수리를 요한다'고 명시되지 않으면 자기완결적 신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고제에 수리 조항이 명시되면 사실상 폐지를 추진 중인 인가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기존 신고제 규정을 강화, 인가제 폐지 이후에도 사실상 요금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는 보통 심사 후 수리증이나 필증을 교부하는데, 이용약관 신고가 들어오면 수리라는 말은 안했지만,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상품 출시가 안됐기에 사실상 신고를 인가처럼 운영해온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요금관련 규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해당 조항은 법제처와 협의를 거치면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처 측은 "협의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요청에 따라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통신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는 단계에서 요금 규제 강화 등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이를 철회한 것.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에 요금인가제 폐지와 신고 후 일정 공시기간을 두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이미 올라가 있다"며 "수리를 요하는 신고제도 도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신 업계 관계자는 "신고제가 강화되면 인가제와 다를 바 없고, 현재 추진중인 인가제 폐지도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라며 "요금상품 출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우려해 반대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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