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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넷플릭스 '가로채기'로 韓OTT '웨이브' 콘텐츠 확보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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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지상파3사, 통합법인 9월께 출범…공정위 승인 남아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국내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 '푹(POOQ)'과 '옥수수'의 통합법인 '웨이브'가 9월 출범을 앞두고 있으나, 오리지날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력을 앞세운 넷플릭스가 웨이브에 공급하려는 콘텐츠 제작사를 가로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대항마로 알려진 웨이브가 출범 전부터 극심한 견제로 앞길이 가로막힌 형국이다.

23일 방송업계 관계자는 "웨이브가 오리지날 콘텐츠 수급을 위해 계약한 콘텐츠 제작사를 대상으로 넷플릭스가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돌려 세우고 있다. 이미 여러 곳이 기존 구두계약을 파기하고 넷플릭스로 갈아 탔다"라며 "외주 제작 관행상 구두 계약 형태가 빈번한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시장 잠식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시장 잠식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소위 '가로채기' 상황이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방송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뿐만 아니라 스타 작가 섭외, 번역 시장의 우선 작업 순위 등에서도 넷플릭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라며 "높은 비용을 제시하는 넷플릭스를 우선순위에 앉히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공세로 웨이브 진영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뚜렷한 오리지날 콘텐츠 계획이 밝혀진 바 없다.

통합법인 한 축인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넷플릭스 관련 상황이 파악된 바 없다"라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오리지날 콘텐츠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 자본력 기반의 넷플릭스 공세…시간 흐를수록 불리한 '수 싸움'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비용은 약 120억달러(약 14조2천억원)로 한국 전체 방송시장 콘텐츠 투자 비용인 약 24억달러(약 2조8천억원) 대비 무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최선욱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지난 16일 열린 한국OTT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국내 모든 방송사 통틀어 촬영한 드라마는 지난해 128편"이라며 "넷플릭스는 그간 700여개의 오리지널을 만들었고 80개 정도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여기에만 80억달러(한화 약 9조4천억원)를 투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넷플릭스와 국내 시장을 직접적으로 견줄 수는 없으나, OTT 1개 사업자와 국내 전체 방송시장의 콘텐츠 투자비용임을 감안한다면 격차가 상당하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 공략을 위해 국내 로펌을 섭외, 그간의 외주제작 관행 등을 모두 학습한 상태로 콘텐츠 수급 영업력에 있어서는 국내 방송사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대관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의 법률 내에서 적합한 투자를 진행하라는 본사 지침에 의거해 자금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유입으로 인해 국내 콘텐츠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판권이 이전에 비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기에 자금력이 곧 경쟁력으로 통한다"라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넷플릭스화(化)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진배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통합법인의 자금력은 기존 계획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당초 계획된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날 콘텐츠인 '킹덤'의 제작비는 약 200억원, 최근 시즌1이 종영된 tvN '아스달연대기'는 약 5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마다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통합법인이 유지한 투자비도 빠듯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가입자 확보도 불확실하다. 통합법인은 '옥수수'와 '푹'의 결합으로 1천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다르다. 옥수수의 경우 SK텔레콤의 모바일 요금제에 엮여 무료 이용이 보편화됐으며, 푹의 경우 유료 가입자는 100만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는 184만명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63만명 대비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200만명에 수준의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가 '코드커팅(유료방송 가입자가 OTT 등 신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현상)'을 일으킬 정도의 수준은 아니나, 핵심은 콘텐츠 시장 저변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성동규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교수)은 "실시간에서 비실시간으로, 지상파 및 유료방송에서 종편으로, 또 다시 OTT로 방송 시장이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시장 정황상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시장 침식은 예견된 일이다"라며 "하지만 그들(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이 공정한 룰을 통해 국내 콘텐츠 시장 성장에 기여하는지는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기존의 틀 안에서 방송 콘텐츠 시장을 해석하는 것보다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지상파와 통신사의 통합법인 출범도 늦은 감이 있으나 오히려 국내 콘텐츠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합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도 통과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출범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의 양해각서 체결 후 상반기내 통합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7월 1일로, 다시 9월로 변경됐다.

그나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통합법인 조건부 승인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사를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에 전달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플랫폼별 역차별에만 집중하는 등 기존 미디어 시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해묵은 기준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프레임을 국내만 한정하기보다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봐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 국내 유료방송 재편에, 넷플릭스 3년만에 홀로서기?

넷플릭스의 국내 OTT 견제는 홀로서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3사의 IPT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과정에서 더 이상 유료방송사업자에 기댈 수 없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킹덤' 등 한국형 오리지날 콘텐츠의 영향력을 실감했으며, 국내 콘텐츠도 지속 늘리고 있기 때문에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홀로서기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7일 한국에 진출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콘텐츠 부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 등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전략을 바꿔 케이블TV사업자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같은해 6월 딜라이브와 손잡고 OTT 기기인 '딜라이브 플러스'를 내놓는 한편, 2017년 CJ헬로와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연합전선을 구축한 케이블TV사업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인수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손잡고 OTT 통합법인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독점 계약이 오는 10월께 만료된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 역시 독점 계약에 따른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방송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도입으로 인해 큰 실익을 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수익배분은 1.5:8.5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령, LG유플러스가 내놓은 'IPTV(223개 채널)+넷플릭스 HD' 결합상품은 2만6천300원으로, IPTV(223개 채널) 단품은 1만6천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예측된 수익배분을 적용하면 단품보다 결합상품의 이득이 더 적다.

게다가 넷플릭스 도입으로 인해 IPTV 가입자 증가를 예단하기가 어렵다. LG유플러스의 지난 1년간의 IPTV 가입자 성장 추이를 살펴봤을 때 넷플릭스가 도입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성장폭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분기 367만2천명, 2분기 379만명, 3분기 390만8천명, 4분기 401만9천명으로 올해 1분기는 414만9천명을 기록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사례를 거울삼아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해 OTT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리한 계약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단순히 유료방송 플랫폼 내 콘텐츠를 늘릴 목적으로 또 다른 플랫폼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플랫폼과 플랫폼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 계약이 성사돼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넷플리스는 지난 6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왼됐다. 설문조사는 한 명당 5~7일간 하루 약 30분간 서면 또는 영상으로 진행됐다. 수정의 수고비로 100달러(약 12만원)가 지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꾸준히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나 이 정도의 심층설문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디즈니 등과의 경쟁 대안으로 저가 요금제를 앞세워 국내 공략을 강화하려는 넷플릭스의 하반기 전략 구상을 위한 정보 수집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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