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토종 OTT 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관련 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전반적인 방송통신업계 규제 완화 기조가 무색하게,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OTT를 기존 유료방송 규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국회의 이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에 학계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16일 한국OTT포럼 창립 세미나에서 노웅래 의원이 말한 정책 지원 약속도 무색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날 "해외 OTT에 국내 시장이 잠식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에서 입법을 통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OTT 서비스를 온라인 동영상제공사업으로 별도 정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앞서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을 통해 발의된 '통합방송법' 이 OTT 서비스를 방송사업 유형 중 하나인 '부가유료방송사업'으로 분류했지만 방송사업에 적용되는 고강도 규제가 적용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이 정의조항을 삭제하고 OTT를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하는 별도 역무를 신설했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김성수 의원은 "이번 법안은 지난 1월 토론회 이후 정부와 사업자,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추가 의견수렴을 통해 수정·마련했다" 며 "국내법상 OTT서비스는 법적 지위가 모호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규제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지만, 방송미디어 시장의 공정경쟁 촉진과 이용자 보호, 건전한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정책수단을 적용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소한의 정책수단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가해진 규제 강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지상파3사의 '푹'을 통합한 OTT 서비스인 '웨이브' 출범을 준비 중인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상당부분이 유료방송 규제 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라고 해석된다"라며, "성숙하지 못한 국내 OTT 시장을 위축시키고, 토종 OTT 사업활동을 제약해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대응을 약화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OTT 방송법 개정안은 진흥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실시간과 비실시간별로 등록과 신고 사업자로 구분된 진입규제를 '신고제'로 통일했다. 휴업과 폐업시에도 신고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OTT 심의규정을 별도 제정 및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콘텐츠와 광고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광고표기도 이뤄져야 한다. OTT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도 부과했다.
특히, 유료방송사업자와 마찬가지로 OTT 사업자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약관을 신고해야 한다. 그나마 약관 인가의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유료방송 사업자로 국한했으나 수정안에 별도 표기가 없는 상태이기에 OTT 사업자까지 확산될 여지가 남아 있다.
성동규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교수)은 "OTT 시장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질까 우려스럽다"라며,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육성책을 마련하고 제대로된 시장 파악을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 이 때에 규제부터 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자의 자료 제출 거부는 연일 거론되는 문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차 국내 매출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 이용자 피해를 야기한 페이스북의 망 접속 우회에 대해 방통위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번 OTT 규제안이 자칫 해외 사업자만 배불리고 국내 OTT 사업자만 규제 받는 역차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사업자가 자료 제출을 꺼리는 것 또한 역차별로 인한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는 게 학계 지적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시장현황 파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제출만 의무화하고 미디어 시장 경쟁상황 분석을 통해 규제 수위를 정해가는 신중하고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해외에서도 자국산업 보호 및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미국과 EU 등도 규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만 서둘러 규제해야 할 명분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굳이 통합방송법에 OTT를 넣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OTT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