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일본의 경제제재가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합병을 위해선 주요국가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일본이 자칫 반대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기업 결합을 위해 지난달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중국에 심사를 신청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카자흐스탄 등 3개국에는 현재 시기를 조율 중이다. 특히 일본에는 한일관계를 지켜본 뒤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 심사는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각 경쟁당국이 매출액, 자산, 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들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 해외 공정당국 한 곳에서라도 반대하면 두 회사의 합병은 자칫 무산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측은 EU의 반대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EU는 해운 시장이 크다보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 발주사들이 공공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가 시간이 갈수록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공세를 높이면서다.
일본 조선업을 대변하는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압도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역시 한국 조선업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국 조선업에 대해 정부계 금융기관이 대규모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을 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문제 삼아 WTO 분쟁조정절차를 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무역보고서를 바탕으로 또다시 문제제기를 예고한 셈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 정부가 불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 심의를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추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본 당국의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일본 경쟁 당국과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일본 경쟁 당국이 법령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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