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달 반도체, 디스플레이 필수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계약 1건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동일 품목, 다른 계약건은 물론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다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허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확대를 위한 수백건 이상 개별허가 품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반도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 승인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 총리는 "일본의 경제공격이 원상 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소재 부품의 국산화를 포함한 특정국 과잉의존 해소, 대·중소기업의 협력적 분업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이행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케이, 요미우리 등 일본 신문들은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심사를 요청한 일본 기업의 계약 1건에 대한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품목은 포토레지스트"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EUV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 개별허가 심사는 통상 90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일부터 한국 수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1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최신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에 사용된다. 반도체의 정밀회로를 그리는 공정의 필수소재로 일본이 이 분야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 1건 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계약에 대한 허가 여부는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한국을 지난 2일부터 백색국가 지위에서 공식 배제했다. 한국에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향후 매 계약건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다만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시행규칙에서 기존 EUV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 외 구체적인 개별허가 대상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1천190여개 전략물자 품목 중 앞선 소재 3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일단 지금처럼 3년마다 한 번씩 허가를 얻는 방식의 포괄허가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일본이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과 국내 불매 운동, 세계적 여론 악화 등을 감안해 수출규제에서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추가규제 여지는 여전한 상황이다. 산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생화학무기 원료 및 첨단재료, 센서, 레이더, 통신기기 등 전략물자 품목들 가운데 240여개 항목의 추가적인 개별허가 지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재량에 따라 허가를 미룰 수도, 불허할 수도 있다는 수출규제 본질은 그대로인 것"이라며 "소재 조달 차원에선 반도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인 만큼 긴장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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