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넥슨이 들썩이고 있다. 매각 불발 이후 조직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회사 내부에서는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주도하는 '새판짜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은 '던전앤파이터'에 실적을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넥슨이 이같은 쇄신을 계기로 매출원을 다각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지도 관심사. 아울러 김정주 창업주가 이 같은 작업을 거쳐 넥슨 재매각을 추진할지도 새 관전 포인트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재 넥슨 그룹에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인재 영입부터 조직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추진 중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영입이다. 업계에서는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최근 허민 대표를 넥슨 경영진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직책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
허민 대표는 지난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해 던전앤파이터를 흥행시킨 뒤 이를 3천800억원에 넥슨에 매각해 주목받았다. 2010년 위메프를 설립해 현재는 원더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의 지분 88.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향후 허민 대표가 넥슨에서 맡을 직책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정헌 대표가 맡고 있는 넥슨코리아 대표체제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편으론 이정헌 대표 체제는 유지하되 허민 대표가 신설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허 대표가 개발 조직을 총괄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직 변화도 일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말 PC온라인사업본부와 모바일사업본부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PC와 모바일 플랫폼별로 자체 개발작 및 외부 퍼블리싱 사업을 각각 맡아온 두 본부를 단일화하는 것. 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 등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다. 이달 중 신설될 통합 본부는 김현 넥슨 부사장이 총괄할 예정이다.
아울러 넥슨은 이달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거점 중 한 곳인 넥슨M 사무실을 폐쇄하고 넥슨 아메리카와 통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원화해 공략했던 미국 거점이 한 곳으로 단일화되는 것. 넥슨 아메리카가 운영해 온 디비전 파트너스 사무소도 함께 폐쇄된다. 이곳은 '마비노기' 등의 라이브 운영 및 커뮤니티 관리를 맡아온 조직이다.
신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넥슨은 매각 철회 직후인 지난 5일 스웨덴 게임사인 엠바크스튜디오의 지보유 지분율을 기존 66.1%에서 72.8%까지 확대하고 5년 내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키로 했다. 엠바크스튜디오는 넥슨 사내이사로 합류한 패트릭 쇠더룬드가 설립한 게임사로 향후 넥슨의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의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 속 조직 내 잡음도 없지는 않다. 김정주 창업주의 최측근인 박지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넥슨코리아 대표를 지낸 박 COO는 넥슨 일본법인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매각 작업을 주도하는 등 중책을 맡아왔다.
다만 회사 측은 박 COO의 거취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넥슨 일본법인이 주도해 투자를 확대한 엠바크스튜디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엠바크스튜디오를 설립한 페트릭 쇠더룬드는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에서 '배틀필드5' 등의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한 개발자로 게이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산 바 있다. 또한 엠바크스튜디오가 현재 개발 중인 신작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아 회사 내부에서도 투자 확대를 놓고 여러 뒷말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넥슨의 변화 배경에는 역시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넥슨 내부에서도 김정주 회장의 '새판짜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넥슨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회장의 큰 그림"이라고 언급했다.
넥슨은 2분기 호실적을 거뒀으나 중국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는 현 매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대대적인 인적·조직적 쇄신을 통해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 등을 임직원에 주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줄곧 개근해온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의 첫 불참 결정도 이 같은 체질 개선 등 조직내부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후 김정주 대표가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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