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 대항마 격인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출격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심사를 통과, 오는 9월 18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지상파방송사 3사 '푹(POOQ)'과 SK텔레콤 '옥수수'가 결합된 웨이브 출격으로 넷플리스와의 한판 대결도 기대된다. 웨이브는 옥수수 가입자 1천만명, 푹 가입자 400만 명을 더한 가입자 1400만명 수준의 국내 최대 OTT로 출발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취득 및 콘텐츠연합플랫폼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지상파3사는 오는 9월 18일 영업양수도 및 신주 인수 절차를 마치고 통합 OTT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통합법인 및 서비스명은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은 '웨이브(WAVVE)'로 정한 상태다.
앞서, SK텔레콤과 방송3사는 지난 1월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맺고, 푹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 조직을 합친 통합 법인을 출범키로 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감안해 이뤄진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이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통합OTT가 빠르게 출범할 수 있도록 남은 절차 역시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법인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기업들과 함께 미디어 생태계 확장과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연합플랫폼도 "당초 기대보다 늦어지기는 했으나 공정위 승인 결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통합OTT는 국가 경계 없는 OTT 영역에서 거대 글로벌OTT들의 국내 시장 독식을 막고, 해외 진출에 따른 미디어산업 위기 돌파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도 이에 대한 규제당국의 깊은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차별화된 콘텐츠가 '무기'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은 통합 OTT '웨이브'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 미디어 서비스,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를 이끈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방송3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활발한 제휴, 협력을 통해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수급, 공동 제작키로 했다.
통합법인은 전문 기술 역량, 모바일 기반 서비스 경험을 결집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 이용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웨이브'는 고객들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고려해 사용이 쉽고 단순한 요금제를 새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텔레콤이 5세대 통신(5G) 상용화 이후 초고속 네트워크 특성을 활용해 선보인 실감형 증강 및 가상현실(AR/VR)과 콘텐츠를 결합한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도 기대되는 대목. SK텔레콤은 지 난 5년간 차세대 미디어 기술을 개발해 '옥수수'에 차례로 탑재한 바 있다.
가령 5G 상용화 이후 옥수수를 통해 12K UHD로 프로야구 구장 전체를 볼 수 있는 '5G 와이드뷰'를 비롯해 대형 중계차 없이 UHD 화질로 선수의 활동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5G 골프 생중계', 12개 화면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e스포츠 멀티뷰 등 스포츠 중계 등을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5G 콘텐츠 실험'을 거듭해온 만큼, 신규 서비스에도 이 같은 혁신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공급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업자 간 활발한 경쟁으로 전체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도 기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일정 규모의 투자금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 SK텔레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900억 원 규모의 자금도 있다.
◆ 넷플릭스 대응 토종 OTT 공세 '주목'
방통위가 발표한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42.7%가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6.6%p 증가한 수치다.
또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진출 이래 국내 OTT 시장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순 방문자는 240만2천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는 184만명, 유료 결제액은 241억원에 달한다. 전년동기 63만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올 초 1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유료 사용자 69%는 20, 30대로 조사됐다. 통상 20, 30대의 유료방송 이용률은 전 연령 대비 최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 사업자 OTT 위주로 국내 미디어 소비 행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내 OTT 시장 또한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단시간 내에 비방송 프로그램,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이후 3년간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에만 약 1천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1월 출시한 오리지널 컨텐츠 '킹덤' 하나로 이용자를 2배로 늘렸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류 콘텐츠를 자사의 OTT 시장 독점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셈.
지난해 7월 기준 넷플릭스는 한국 TV 콘텐츠 140여편, 한국 영화 400여편 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보, 아시아 시장에서의 한류 콘텐츠 유통권을 선점하기도 했다.
더욱이 월트디즈니가 오는 11월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를 도입하면서 국내에는 OTT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전망.
디즈니의 국내 서비스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보유 콘텐츠가 방대한 데다 월 6.99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들의 파상공세도 예상된다.
반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는 감소 추세여서 웨이브 등과 같은 토종 OTT의 대응 및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브가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차별화된 콘텐츠로 이 같은 글로벌 OTT 공세를 얼마나 막아낼 지도 관심사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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