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지상파3사 '푹(pooq)'과 SK브로드밴드 '옥수수'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OTT 사업자간 기업결합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심사에서 시장 획정 등에 유튜브 등을 제외하는 등 제한성 판단 등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국내 OTT 및 경쟁 활성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공정위는 20일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취득 및 콘텐츠연합플랫폼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에 대해 심사 결과,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다만 수직 결합에 따른 OTT 시장 경쟁제한성을 우려, 신산업 분야 혁신경쟁 촉진 등을 이유로 시정조치 부과도 결정했다.
시정조치는 지상파3사가 다른 OTT 사업자의 기존 계약을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없고, 다른 OTT 사업자가 VOD 공급을 요청할 경우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토록 하는 게 핵심.
아울러 타사 가입자의 가입을 제한하지 않고,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무료 제공중인 실시간 방송을 중단하거나 유료 전환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같은 공정위 판단에 대해 당사자인 콘텐츠연합플랫폼(CAP)과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은 이를 존중,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정조치 조건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SK텔레콤은 "본 기업결합이 조건없이 승인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감안해 이뤄진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이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할 떄 통합OTT가 빠르게 출범할 수 있도록 남은 절차 역시 조속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연합플랫폼 역시 "당초 기대보다 늦어지기는 했으나 공정위 승인 결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통합OTT는 국가 경계 없는 OTT 영역에서 거대 글로벌OTT들의 국내 시장 독식을 막고,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미디어산업 위기 돌파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의의를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도 이에 대한 규제당국의 깊은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여다.
◆ SVOD와 AVOD 대체성 분석 필요…유튜브 제외돼 논란
업계와 학계에서도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나 OTT 시장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시장획정 및 경쟁제한 판단 근거에 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정위는 OTT 관련 시장 획정 기준으로 옥수수와 푹이 제공하는 콘텐츠 종류와 이용요금 체계 등을 고려했다. 이 결과 이를 '유료구독형 OTT'로 판단했다. RMC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SVOD 방식의 OTT 동영상 서비스로 규정한 것. SVOD는 유료구독 또는 월정액 방식의 서비스를, RMC는 기성 제작 콘텐츠를 뜻한다.
이에 따라 건별결제형 서비스(TVOD)와 광고기반형 서비스(AVOD)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실시간 방송과 특히 AVOD로 판단된 구글 '유튜브'가 빠진 것.
방송업계 전문가는 "SVOD와 AVOD를 구분했다는 것은 서로가 대체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서로 상관관계에 대해 뚜렷하게 연구된 보고서나 결과치가 없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OTT가 방송법 밖에 있어 이를 특정하기 어려우나 비실시간성만 놓고 따지기 보다는 실시간 방송을 포함해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나스미디어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실태조사'의 동영상 이용률 집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PC를 통해서 87.7%, 모바일을 통해서도 89.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지난 4월 제29차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에서도 OTT이용경험률면에서 유튜브는 69%로 1위를 차지했다. 앱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 5월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 점유율면에서도 유튜브는 88%의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 다른 방송업계 전문가는 "OTT의 범위를 확대할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한 판단 기준들이 보다 복잡하게 전개될 위험이 있다"며, "시장획정도 정해진 바 없어 (공정위 판단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도 없는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의 경우 유튜브 레드를 어떻게 바라볼 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현재 OTT가 SVOD뿐만 아니라 AVOD 형태로 제한적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도 많아 이를 무자르듯 자를 수 없다"며, "공정위 의결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유튜브에 대한 대체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없다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쟁제한성 준거도 부실…지상파 콘텐츠 영향력 OTT 시장에서 봐야
시장획정은 경쟁제한성 판단의 핵심으로 이번 심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즉 유료구독형 OTT만으로 시장을 한정해 판단한 만큼 그에 따른 경쟁제한성 판단에도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판단에 닐슨코리안클릭의 '2018년 월간활성사용자수(MAU)' 기준의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을 기반으로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옥수수는 35.5%, 푹은 9.2%로 결합시 점유율 44.7%로 1위에 오른다. 또 방송콘텐츠 공급시장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7년 기준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활용했다. 이 자료에는 MBC와 KBS, SBS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41.4%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각 시장내 1위 사업자로 기업결합 심사기준의 안전지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것. 즉, 이번 결합으로 경쟁 제한이 우려돼 이에 따른 시정조치가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판단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OTT 시장 점유율 판단은 여러 지표가 있어 단순화하기 어렵고, 방송콘텐츠 공급의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지위는 높다고 판단되나 OTT 시장에서도 이 같은 영향력이 바로 전이될 지는 의문이라는 것.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방송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OTT 의미를 전제로 종합적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푹이나 옥수수의 경우 허수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입자 데이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실제 시청률 면에서는 이미 유튜브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한 것. 또한 넷플릭스는 지난 6월 기준 유료이용자 184만명을 돌파하면서 유료 결제액도 241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대비 3배 가까이 들어난 수준으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지상파 콘텐츠가 OTT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지상파 콘텐츠 수급 필요성이 크지만 OTT에서는 VOD 공급여부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통신사 입장에서 봤을 때 추가적인 플러스 요인일뿐 절대적인 필요성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 역시 OTT 시장에서의 지상파 콘텐츠 영향력에 관핸 '푹'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공정위의 판단대로 지상파의 방송콘텐츠 공급시장의 높은 점유율이 OTT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에 앞서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한 '푹'이 점유율 확대 등 압도적 우위를 보였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푹은 기업결합 발표전까지 유료 가입자가 70만명 안팎으로 정체돼 있었고, 타 OTT 경쟁사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푹의 저조한 성적이 말해주듯 지상파의 콘텐츠 영향력을 OTT 관점에서 재해석해야만 보다 올바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관점에서 시정조치, 독점 콘텐츠 어려워…대항마 될수 있나
이번에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에 따라 내린 시정 조치는 크게 4가지다.
이는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계약 해지 또는 변경 금지 ▲타 OTT 사업자의 VOD 공급요청의 성실한 협상 ▲무료 제공중인 실시간 방송 중단 또는 유료전환 금지 ▲SKT와 SK브로드밴드 IPTV 비이용자의 OTT 가입제한 금지 등이 그것.
시장 획정 등으로 한계로 이같은 시정조치 역시 OTT 시장의 특수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유료방송 틀 안에서 영향력을 판단, 큰 틀에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의 재송신협상 과정과 유사한 형태로 심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OTT의 핵심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등 해외 OTT 사업자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를 타사에 제공하지 않는 독점 전략을 취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용자를 끌어 모으는 차별화된 경쟁력인 때문이다.
즉, 웨이브가 타 OTT 사업자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성 교수는 "과거 IPTV가 나왔을 때 콘텐츠 차별 금지 조항을 적용해 케이블TV에 맞서 IPTV가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이 조항으로 IPTV가 굳이 콘텐츠 투자를 안해도 결합상품으로 가입자를 빼올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처럼 120억달러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콘텐츠 투자 활성화로 OTT 플랫폼을 육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투자 위축으로 따른 경쟁 활성화가 제한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쟁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동등접근법은 후발주자를 위한 조항이기에 과거 IPTV에 적용했으나 현재는 자유경쟁으로 전환됐다"며, "후진적인 제도를 급변하는 OTT 시장에 적용한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OTT 차별적 콘텐츠 제공 금지 조항이 유료방송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곧 공급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의 재송신료 협상(CPS)에 OTT 콘텐츠 재판매 대가가 끼어들 수도 있고, 이원화돼 이중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를 위한 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을 판단해야 하는 공정위로서는 부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도 이번 심사와 관련 "유료구독형 OTT 시장으로 획정해 판단하는 것은 OTT 시장이 매우 동태적인 시장인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 검토에 한한다"고 명시했다.
시정조치 기간도 3년으로 결정했으나 OTT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결합 완료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향적 조건도 달았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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