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S)에 대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법안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보다 확실하게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판매 단계가 아닌,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비슷한 법안만 5개…DLS가 법안 제정 촉매되나
금소법은 금융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종 금융상품이 복잡화하고 다양화되면서 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가 발의한 금소법엔 판매자가 설명 의무를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금융사로 하여금 과실 여부와 손해액에 대한 입증 책임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등 금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청약 철회권' ▲금융상품 판매자가 설명의무 등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과징금 부과 등의 내용들이 포함됐다.
현재 정부안과 대동소이한 네 건의 법안들도 같이 상정돼있다. 비슷한 법안이 5개일 정도로 금소법은 해묵은 과제였지만, 그간 국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는 후순위에 머무른 탓에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DLS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소법 제정 필요성이 재점화 되고 있다. 계약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정의연대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3일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당 상품은 '위험한 상품'으로 평가 받고 있었지만, 우리은행은 저위험상품 내지 안전자산인 것처럼 팔았다"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제기했다.
DLS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논란이 된 상품들은 주로 독일 국채 금리와 연동이 돼있는데,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민생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주선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법안이 있었다면, 은행도 DLS 판매에 있어 좀 더 신중했을 것"이라며 "금융에서의 피해는 타 업권과는 다르게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고 피해 정도 또한 심각한 만큼, 그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면 DLS 사태에 대처하는 데에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혜선 "상품 설계 과정에도 규제 필요해"…올해 안 통과 가능성↑
DLS 사태를 계기로 금소법 제정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만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전과는 다르게 여야 의원들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다.
5개 금소법은 지난 14일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에도 상정됐지만, 앞선 법안들에 밀려 심의되지 못했다. 당시 금소법은 전체 45개 중 21~25번에 배치됐었다.
정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실 관계자는 "금소법의 취지와 통과돼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여야 사이에 이견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방대해 논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나올 수 있지만, 연초에 잠깐 심의가 이뤄지기도 한 만큼 올해 안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무위 법안소위는 올 해 9월과 11월, 최소 2번 정도 열릴 전망이다.
보다 확실하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금소법은 판매 과정에서의 보호 방안이 담겼는데, 상품 설계 상에서도 보호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성실하게 법안 소위에 임하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라면서도 "보다 근본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법안의 보완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판매 채널에서 규제를 해봤자, 상품의 설계 과정을 감시하지 못한다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상품의 복잡성을 악용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현재 판매되는 일부 파생상품의 경우 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접점인 판매 채널만 규제한다 해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상품 설계 과정에서부터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개입할 근거들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조만간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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