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가 줄줄이 2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한 데다 '적자'를 마다하지 않고 공세를 펼치는 이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시행했던 유통 규제 정책으로 외형을 키우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됐다.
유통 규제에 대한 불만이 업계에서 이어지자 정부는 최근 입장 자료를 통해 대형마트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유통 제도상의 역차별에 원인이 있다기 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변화되고, 물류·배송혁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제한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유통 주도권을 온라인 시장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규제는 내놓지 못하고, 대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만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정부는 '새벽배송' 시행을 두고도 이커머스 업체에는 관대한 반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적용해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한 상태다.
정부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대형마트'에만 규제를 몰아준 덕분에 외국계 전자상거래 업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점포소매(온라인) 판매액은 70조3천228억 원으로, 대형마트(33조4천537억 원), 백화점(29조9천855억 원), 아웃렛 등 기타 대형종합소매점(63조1천225억 원)의 판매액을 모두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111조 원에서 올해 135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올 들어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창사 처음으로 29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동안 340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업체와의 '역차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미 유통업계의 주도권이 이커머스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부가 오프라인 대기업 유통매장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이 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들이 전성기일 때 만들어진 규제로,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상태다.
여기에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가 규제를 받고 있는 틈을 타 식자재마트가 최근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것도 문제다. 면적이 3천㎡를 넘지 않는 매장에서 다양한 식재료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전제품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식자재마트는 최근 포인트 제도,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일반 대형마트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유통 규제로 확장하지 못하는 사이 식자재마트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커머스 업체나 식자재마트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유통 대기업을 겨냥해 대형마트만 '핀셋 규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에 대한 유통 규제는 소비자들에게도 불편함을 주고 있다. 특히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해선 시행 초기부터 적잖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여기에 정부의 기대와 달리 유통 규제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았다. 2017년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가 발표한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출점 규제 및 의무휴업 규제효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 도입 전인 2010년과 비교해 2016년 대형마트 신용카드 소비액은 6.4% 감소했고, 전통시장도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데이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 규제를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복합쇼핑몰과 대기업 계열이 아닌 준대형점포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 같은 유통 관련 규제 법안이 발의된 것은 20대 국회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39건에 달하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채널 규제에 국한돼 있다.
이제는 정부도 대형마트의 수익성이 높을 때 만들어졌던 유통 규제 관련법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유통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이에 걸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지역 상인들의 표(票)를 얻기 위해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기업 유통매장 출점을 막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자제해야 할 시점이다.
유통 대기업이 매장 출점 및 영업규제로 대규모 투자, 일자리 마련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사이 정부 덕에 이커머스 업계는 나홀로 웃고 있다. 물류·배송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상품 구성을 무기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운영하는 탓에 외형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고객들은 이미 편의성 때문에 모바일앱으로 장을 보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골목상권을 위협한다고 보고 규제하는 정부의 판단이 옳은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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