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와 SK의 배터리 기술유출 소송이 점입가경 형국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은 물론 자회사와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납품받는 LG전자까지 모두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국내 두 대기업간의 진흙탕 싸움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특히 구광모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모두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까지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소송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증가, 두 대기업은 단순 자존심 싸움을 넘어 명운을 건 소송전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의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LG화학은 물론, LG전자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SK 측은 경영진의 뜻에 따라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4개월만에 강경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자사 특허를 침해한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소재 법인인 LGC MI Inc.(LG Chem Michigan Inc./LG화학 미시간 법인)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여기에 LG전자도 미국 연방법원에 함께 제소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LG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29일 ▲SK이노베이션 한국본사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 등이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 셀 및 모듈 등 일부 부품의 수입금지명령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 동시에 미 델라웨어 연방법원에도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핵심인력의 유출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LG화학이 보유한 배터리 기술과 영업비밀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76명의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갔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인력 빼가기가 아닌 자발적인 이직이라며 LG화학의 특허 침해는 없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계속된 공격이 이어질 경우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 측에 꾸준히 대화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4개월 만에 칼을 빼 들었다. LG 측이 대화의지가 없는 데다 공세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자칫 배터리 수주 등 사업적인 측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LG 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경우 협의에 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차전지 시장이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퀀텀점프를 앞둔 가운데 국내 기업간 소송전이 자칫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사가 지불해야 할 매달 소송비용만 각각 최소 50억원이다. 2년간 두 기업이 사용할 소송비용만 2천400억원으로 이는 1년 치 연구개발(R&D) 비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업계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국내 두 대기업이 자존심 싸움을 넘어 출구전략 없는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정부 역시 적극 개입해 두 기업간 갈등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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