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라면업계가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추세를 겨냥한 실속형 라면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이끌었던 '짜왕', '신라면 블랙' 등의 열풍이 식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9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라면시장에도 프리미엄 시장이 저물고 실속형 라면이 뜨고 있다.
이날 오뚜기는 기본적인 라면의 맛을 강조한 실속형 라면 '오!라면'을 출시했다. 사태와 양지를 우려낸 쇠고기 육수에 감자전분와 야채 엑기스를 넣은 클래식 타입의 라면이자, 대형마트 기준 4개 세트에 1천850원으로 개당 463원 수준에 불과해 '가성비'를 정면에 내세운 제품이다.
오뚜기는 일찍이 '진라면'을 통해 실속형 라면 전략에서 재미를 본 바 있다. 진라면은 경쟁 제품인 농심 신라면보다 20% 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그 결과 현재 신라면의 유력한 업계 경쟁자로 떠올랐다. 업계는 이번 '오!라면' 출시 또한 가성비 라면 시장에서 진라면과 같은 시장 공략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라면'은 최상의 맛과 가성비로 라면의 본질을 추구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속형 라면을 출시한 것은 오뚜기가 최초가 아니다. 이마트24는 팔도와 협업해 지난해 10월 '민생라면'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에도 봉지 기준 55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지난 2월 390원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3주만에 100만 개 판매를 달성하는 등 더 높은 인기를 끈 바 있다.
또 농심은 지난 2월 1990년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오뚜기 진라면보다 저렴한 700원으로 재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의 가성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삼양식품도 홈플러스와 협업해 지난 6월 봉지당 400원 수준인 '삼양 국민라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도 출시 2개월 만에 130만 개 판매를 달성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업계는 이 같은 실속형 라면 출시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경기 침체로 인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떠오름과 함께 라면을 즐기는 방법이 변한 것을 이유로 분석했다. 과거 라면이 만들어진 제품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었다면, 최근 라면은 이를 원료로 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첨가해 즐기는 음식으로 트렌드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짜왕'과 '신라면 블랙' 등 프리미엄 제품군은 최근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 올 여름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던 '미역 비빔면' 프리미엄 제품군도 시장에서 참패를 맛봤다. 업계는 이를 더 이상 고품질 원료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이 한 때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들의 피로감 등의 이유로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현재 식품 시장은 가성비 중심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라면 시장도 이에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적인 맛을 갖추고, 소비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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