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0년 간 수입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일본 맥주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에 맞대응하기 위한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된 결과다.
궁지에 몰린 일본 맥주 수입·판매사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를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아사히주류는 최근 홍보 활동을 중단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이곳은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7월 3일까지 맥주 성수기 시즌을 노리고 일주일 간 3개의 이벤트 자료를 연이어 쏟아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떤 자료나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 역시 7월 4일을 마지막으로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를 홍보하던 대행사 측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아사히 홍보를 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맥주 삿포로와 에비스를 국내 유통하는 주류 도매업체 엠즈베버리지는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1일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 하락을 감당할 수 없자, 64명 가량인 전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쉬는 것을 택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엠즈베버리지는 매일 홀딩스가 지분 85%를, 일본 기업 삿포로 브루어리스가 15%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19억 원, 영업이익은 32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7월 둘째 주부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 발주가 거의 없는 상태로, 업계에선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엠즈베버리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무급 휴가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7월에 비해 8월 매출 하락폭은 더 심했고, 지금도 매출 타격은 지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기린'을 수입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기린 맥주의 판매량이 전체 맥주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린'은 수입맥주 담당자 한 명이 여러 브랜드와 함께 관리하고 있을 만큼, 주력 브랜드가 아니었다"며 "불매운동 이후 발주가 끊겨 매출이 급락해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치적인 문제일 뿐 해당 업체의 문제가 아닌 만큼 계약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 맥주 수입·판매 업체들의 어려움은 최근 일본 맥주 수입량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천 달러로 전체 수입맥주 중에서 1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756만6천 달러)에 비해 97% 감소한 수준이다.
일본 맥주는 2009년 1월 1위에 오른 후 올해 6월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해왔으나,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부터 벨기에·미국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8월에는 프랑스·멕시코·홍콩 맥주에도 밀렸다.
반면, 하얼빈·슈퍼엑스 등 중국 맥주는 최근 마라 열풍 등에 힘입어 중국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수입량이 증가해 지난달 맥주 수입액 462만1천 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맥주는 430만2천 달러로 2위에 올라섰고, 벨기에 맥주(377만 달러), 미국 맥주(346만9천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폴란드, 독일, 덴마크, 체코 맥주도 5~9위를 기록했다.
또 일본 맥주 수입량 감소로 지난달 총 맥주 수입액도 줄었다. 지난달 총 맥주 수입액은 총 2천416만1천 달러로 7월 2천827만4천 달러에 비해 14.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가 불매운동의 주요 타겟이 되면서 가장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이 지난달까지도 일단 계약된 물량을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찾는 이들이 없어 쌓인 재고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행사도 진행할 수 없다"며 "일본 맥주 불매운동은 다른 제품과 달리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관련 업체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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