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투자자들이 서울 정부청사 앞에 집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피해자들은 시민을 보호해야 할 금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집회 내내 '상여곡'을 틀었다.
16일 오전 11시 DLF비대위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 규탄대회'를 열었다.
은 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이 사태의 불씨가 됐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DLF나 라임사태처럼 경기 침체로 투자 상품 문제가 연쇄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데, 대응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만으로 불안 심리를 조장할 것 같다"라며 "당국자로서 조심스러운 표현이긴 한데 예를 들어서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에 있어선 자기 책임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한지 잘 판단해서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DLF 투자자를 겨냥하는 것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즉각 해명보도를 내 "공짜점심은 없다면서 투자자 책임을 언급한 것은 경기 침체가 되면 연쇄적으로 투자상품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준비돼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라며 "DLS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파는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은 위원장의 발언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주명 DLF비대위 위원장은 "공짜 점심을 먹으려고 한 적도 원했던 적도 없다"라며 "노후자금, 자녀 결혼자금을 모으고 또 모아서 안전한 은행에 맡기고 이자 조금 받으려 했을 뿐인데, 우리가 공짜 점심을 바라는 무뢰한으로 보이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난 해 미스터리 쇼핑에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 행태가 적발됐으나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라며 "이번 사태는 금융 당국이 미리 막을 수 있었고 막았어야 했지만, 결국 당국은 방조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저 우리는 내 돈을 돌려달라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이다"라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이번 사건을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책임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당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은행과 당국 중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에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책임 소재를 따지는 건 생산적이니 않은 논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집회서 DLF 피해자는 “위원장께서는 이 사태의 원인과 책임소재조차 소모적인 노쟁으로 치부했다"라며 "이는 금융당국의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라고 비판했다.
집회엔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도 참여했다. 이번 사태를 덮으려 할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해서 커질테고, 나아가 한국 금융시장의 파탄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금 금융위는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까지 터지니, 금융시장에 불안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사태를 덮으려 하고 있다"라며 "덮으려 할수록 금융시당에 대한 불신은 전방위적으로 퍼져 나갈 것이며, 철저한 조사만이 그 불안을 잡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은 위원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항의서를 금융위원장 비서실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 내내 주최 측이 마련한 스피커에서 상여곡이 흘러나왔다. 금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에서 틀었다는 설명이다.
DLF 비대위 관계자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금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금융당국이 죽었다'라는 의미로 상여곡을 틀었다"라며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 말, DLF 후속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DLF 분쟁조정위원회는 다음 달 정도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DLF 관련 분조위 신청 건수는 230건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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