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팩트체크 차원에서 발언 좀 하겠습니다."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잘 알겠다"라거나 "계획을 짜겠다"는 수준에 그쳤던 답변은 올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견 표명으로 바뀌었다. 금감원 수장으로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DLF(파생결합펀드)는 갬블(Gamble·도박)" 발언도 올해 국감에서 나왔다.
◆ 국가경제 도움 되는 게 없다…직격탄 날린 尹
문제의 발언은 지난 21일 국감에서 정무위 소속 이태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을 불러 온 DLF 사태를 질책하며 등장했다.
윤 원장은 "DLF는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어느 정도로 떨어지면 손실, 올라가면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게 없다"며 "금융회사가 만든 일종의 갬블 같은 것으로 이들이 반드시 (손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제가 된 DLF 상품은 은행의 주도 하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합작해 설계하고 판매됐다. 금융소비자의 기대수익은 최대 연 4%이나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100%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는 선취 및 거래수수료를 크게 챙겼다. 처음 은행에 판매를 제안한 JP모건과 소시에테제네랄 등 외국계 금융사도 77억원 상당의 거래수수료를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윤 원장이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건 '도박과 같은' DLF를 설계하고 판매한 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고강도 제재가 뒤따를 것이란 경고장으로 읽힌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업계가 배상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란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 감독권한 한계 어필…발언권 요청해 팩트체크도
현 제도 상 금감원의 한계를 은근히 어필하는 모습도 비췄다. 금감원에 포괄적 감독 권한이 없어 문제가 터져도 수사의 역량과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호소다.
전일 윤 원장은 "저희가 가진 감독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감독을 효과적 수단으로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포괄적 감독권한이 없어 특정 사건만 지적하는 모양새가 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7월 출범한 특별사법경찰에 대해서도 "출발 시점에서 약간의 노이즈는 있었지만 일단은 우리 (금융)감독원이 특사경을 출범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앞으로 (권한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과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진해 발언권을 요청하며 '팩트체크'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역시 전일 국감에서 이태규 의원이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3년간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한 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발언권이 넘어가자, 윤 원장은 "팩트체크 차원에서 잠시 말씀드릴 게 있다"며 "정기예금의 경우 (해지가) 증가한 게 맞는데 적금은 오히려 중도해지 건수가 감소했다"고 바로 잡았다.
그런가 하면 윤 원장은 지난 8일 금감원 국감에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만난 일이 있느냔 야당의 공세에 "제가 못 만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응수하기도 했다.
올해로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윤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그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윤 원장은 지난해 재벌과 금융개혁에 강경한 목소리를 낼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취임했지만 이후 공식석상에서 각종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말을 아낀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DLF 원금손실, 펀드환매 중단 등 연일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 사건이 터지고 있는 지금 많은 이들이 금융감독 당국 수장인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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