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가 지연되는 양상이다. 이 탓에 현재 SK텔레콤의 티브로드 M&A,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 작업 및 일정 등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전원회의에 LG유플러서의 CJ헬로 인수에 대한 합의가 유보된데 이어 두 M&A를 심사하려는 후속 전원회의 일정도 재차 연기된 것. 공정위 심사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만큼 자칫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탓에 이번 M&A로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 개편 및 미디어 전략을 새로 짜온 통신사로서는 시장 대응에 실기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이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력 및 투자 등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 재편 등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보다 속도감 있는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 절차 완료가 연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데 이어 당초 기대와 달리 이달 중 두건을 함께 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공정위는 이날도 전원회의를 열었으나 해당 건 처리 일정은 재차 미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M&A 등 일정이 지연되면서 내년 사업 계획 수립 등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맞춰 보다 세밀한 로드맵과 전략 수립이 시급하지만 현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태"라고 우려했다.
◆ 해외 플랫폼 공세 지속 강화…IPTV도 '흔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이다. 관련 법 제도 정비가 미비한 틈을 타 영향력을 앞세워 망 사용료 등에서 국내 사업자 대비 상대적 우위를 갖고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반면 국내 시장은 이들 공세에 지상파방송의 수익성 하락은 물론 유료방송 시장 역시 케이블TV의 가입자 및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상승세를 보여온 IPTV마저 성장이 꺾였다.
실제로 IPTV 3사의 상반기 가입자 및 매출 성장은 둔화된 상태. 매출 성장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가입자 순증은 많게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의 M&A와 같은 시장의 자율적 구조개편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공정위 역시도 "국내 OTT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발전하고 있고, OTT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관련 M&A에 대한 신속한 심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공정위는 통신사의 케이블TV M&A 심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LG유플러스와 CJ헬로 지분인수 건은 물론, SK텔레콤의 티브로드 M&A관련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게 지난 3월이다. 7개월이 지났지만 빠른 심사를 표명했던 것과 달리 결론은 늦어지고 있는 것. 자칫 과거 유사 M&A가 시간만 끌다 무산된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IPTV 성장세 둔화는 예견된 수순으로 M&A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나선 이유"라며 "방송통신의 융합, OTT 육성, 콘텐츠 강화뿐만 아니라 M&A 등 시장 재편에서 실기하면 해외사업자의 독주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슈퍼 플랫폼 등장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현재도 늦었지만 더 늦어지면 소위 유료방송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5년 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판단 이후에도 절차 '산적'…KT도 좌불안석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추진중인 M&A 절차는 공정위 승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장 내달 중 공정위 판단이 내려진다해도 연내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종합감사에서 "M&A 심사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조속한 처리에 의지를 보였으나 M&A 관련 교차판매 불허 등 쟁점이 있는데다 방통위 협력 등은 여전히 변수다.
실제로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이후 과기정통부의 인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방통위 사전동의도 얻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합병이 아닌 지분인수여서 현행 법대로라면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는 필요없지만 최근 돌발 변수가 불거진 상태.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이 이를 법적 미비 상황으로 보고, 절차 상이라도 보고를 받고 의견서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일정이 더 소요될 조짐이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2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수든 합병이든 결과적으로는 사업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사전에 살펴봐야 할 사항이 있다"며, "입법미비 사안이나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방통위가 살펴봐야 할 공익성과 다양성, 지역성 등의 의견서를 내야 하는게 바람직하다"며 이를 재차 확인시켰다.
다른 상임위원도 "입법 미비사항이라도 과기정통부가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무관하게 사실상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게 하겠다는 뜻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에 뛰어든 상황에서 합산규제로 발이 묶은 KT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못하도록 한 합산규제는 이미 지난해 6월 일몰됐지만 후속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국회에서는 이번 M&A에 대한 공정위 등 판단이 끝나야 합산규제 문제를 다시 다룰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의 해당 M&A 심사가 길어지면서 KT 역시 유료방송 등 내년 주요 사업 계획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유료방송 M&A가 진행되고 있고 공정위가 최근 LG유플러스와 CJ헬로 건 합의를 유보해 이에 따른 결과가 나와야 논의를 다시 진행할 수 있어 당장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 모두 미디어 사업에 의지를 갖고 투자 계획 등을 검토해온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내년 투자 계획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콘텐츠 투자 위축 및 해외 플랫폼 공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관련 생태계에도 약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 디즈니 등 해외 미디어 플랫폼 공세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 이를 위한 공정 거래 등 여건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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