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이달 23일 오후 1시께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삼성SDI 울산사업장이 5년 만에 국내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시장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직접 화재 시연회를 갖고 안전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울산사업장은 ESS와 전기차 배터리에 장착될 각형 배터리 7천만~8천만 셀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68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헬기를 타고 직접 지형을 살핀 후 삼성그룹 내 전자부문 첫 공장 용지로 낙점한 곳이기도 하다.
입구 정문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마더 팩토리 울산공장입니다'라는 글귀의 배너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마더 팩토리란 제품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공장을 뜻한다. 배터리 사업은 삼성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 이날 만난 직원들 대다수가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ESS에서 화재가 계속되자 이 공장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국내 ESS 화재는 27건으로 이 가운데 9건이 삼성SDI 제품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SDI의 ESS 수주는 작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급감했다.
결국 삼성SDI는 칼을 뽑아들었다. 삼성SDI는 국내 전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설치하는데 2천억을 선제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직접 화재 시연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ESS 시장을 살리지 못하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 시장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첨단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 등 2가지로 구성돼 있다. 첨단약품을 ESS 내부에 장착하면서 셀이 특정온도까지 오를 경우 자동으로 약품이 분사돼 소화가 가능해진다. 또 셀 사이에 열확산 차단재가 삽입되면서 인근 셀로의 열확산을 방지한다.
이날 삼성SDI는 울산사업장 안전성 평가동에서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 ESS 모듈 화재 테스트를 시연했다. 허은기 시스템개발팀장이 각종 안전 장비들을 갖춘 뒤 배터리 셀에 장착할 첨단약품 소화 부품을 직접 가스버너에 올렸다. 하지만 수십초 내 불이 꺼져버렸다.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셀을 못으로 찔러 강제 발화를 시키는 시연도 펼쳤다. 배터리 셀에 충격이 가해지자 연기와 함께 불꽃이 발생했지만 소화시스템이 작동해 불꽃을 소화시키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열확산 차단재 때문에 인접 셀의 온도 역시 100도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반면, 소화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셀에서는 불꽃과 연기가 발생하더니 5분도 안돼 인접셀로 화재가 확산되면서 전소됐다. 전영현 사장은 이날 "만일 이같은 시스템이 ESS에 장착됐다면 지금까지의 화재는 결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6개월 내로 전 사업장에 설치해 화재를 100% 막겠다"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국내 산업 생태계를 일으켜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었지만, 최근 국내 화재가 계속되면서 죄송스럽다"며 "안전성 개선 노력을 통해 ESS 생태계를 하루빨리 복원시켜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을 재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전 사이트에 ▲배터리 보호 위한 3단계 안전장치 설치 ▲배터리 충격 여부 확인 센서부착 ▲시공업체 정기교육 ▲배터리 상태 감지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진행한 데 더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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