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신생 LCC 3곳까지 진입하게 될 경우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돼 본격적인 항공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항공사 중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4분기 역시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일본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4분기는 항공 수요가 적은 비수기인 만큼 수요 창출이 어려운 시기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LCC가 4분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LCC의 경영 악화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항공업계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4.2%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 지주사 HDC그룹의 손자회사, 에어부산은 HDC그룹의 증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2년 내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에어부산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 약 56%를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향후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1천650억 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자회사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경우 꾸준히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설립된 후 2016년까지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2017년 가까스로 회복한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보잉 737 맥스(MAX)8 기종의 운항 중단, 일본 노선 감소,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매각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사모펀드 및 대기업과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유독 이스타항공에 대한 매각설이 잇따라 돌고 있는데, 괜히 나온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부진한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규제 완화에 힘입어 1978~1985년 118개의 신규 항공사가 설립됐지만, 초과 공급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 중 99개사가 사라진 바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시작으로 항공시장의 재편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 6개의 LCC는 많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어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재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도 "신규 LCC가 참여하면 우리나라 항공사는 총 11개가 되는데, 미국이 대형사 3개, LCC 4개 등 총 7개인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우리나라 산업이 미국의 사이클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권만 해도 1980~1990년대에 많은 은행이 있었지만, IMF 등을 통해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안정적인 은행 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항공업계도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점차 대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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