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LG전자 건조기 사태가 결국 소송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지난 18일 LG전자가 발표한 '자발적 리콜' 안에 대해 상당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다.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안은 기존에 소비자의 문의에 따라 진행하던 무상 건조기 콘덴서 교체 서비스를 문제가 발생한 건조기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LG전자의 자발적 리콜 평가는 냉소적이다. 이미 진행하던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수준이라, 상당수 소비자들은 LG전자의 '리콜'이라는 표현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해 건조기 피해 소비자들은 2차 집단분쟁조정 및 공동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은 빠르면 올해 안으로 준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1천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이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집단소송제가 없어,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험난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한 밴드 운영진은 "한국 실정상 힘든 여건이라는 것은 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자발적 리콜'이라고 내건 내용을 읽어보니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더라"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심정이 압축됐다.
LG전자 건조기 사태는 지난 7월부터 지속돼 왔다. '콘덴서 자동 세척 기능'을 내세웠던 LG 건조기에서 먼지 끼임 및 응축수 고임 현상 등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더욱이 자동 세척 기능을 통해 완벽한 세척이 가능하다고 광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라 파장은 더욱 컸다. 소비자원은 1차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한 소비자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LG전자에 권고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그 대신 내세운 리콜 방안은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앞서 LG전자가 건조기 콘덴서 10년 무상AS를 처음 발표했을 때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사의 조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콘덴서를 교체한다고 해도 먼지 끼임 등의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는 데다가, 부품 교체를 하더라도 실제 교체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LG전자의 추가 대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LG전자는 지속적으로 소비자원이 '제품 결함'을 인정한 것은 아니며, 다만 고객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차원에서 무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 9월 건조기 콘덴서에 대해 10년 무상 AS를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다.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을 때도 전제는 그대로다. 비록 결함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을 위해 품질보증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위자료 지급도 하지 않기로 했다.
소송이 현실화된다면 건조기 사태는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뤄진 공동소송 건의 전례를 감안하면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LG전자가 갑자기 '제품 결함'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향후 LG전자 건조기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이들이 소송이라는 법률적 수단을 선택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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