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그룹 핵심 회사의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향해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한다며 비판하고 나서자 한진칼 우선주와 대한항공 우선주는 각각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한진칼 우선주는 지난 9월 27일 이후 석달 만이며, 대한항공 우선주는 지난 5월 9일 이후 7개월반 만이다.
이날도 양사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강세를 띄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한진칼 우선주는 상한가, 대한항공 우선주는 전일 대비 24% 상승 중이다. 반면 한진칼 보통주는 4% 상승에 그치고 있고 대한항공 보통주는 오히려 3%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영권 갈등 내지 다툼이 부각될 경우 대개 지분 경쟁을 의식해 시장의 관심이 보통주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의 경영권 갈등이 빚어지면 대개 지분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통주가 주목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진그룹처럼 우선주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는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우선주의 경우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다. 대신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우선주의 강세는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외에도 강성부펀드(KCGI)의 견제 등 경영권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에서 KCGI와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다. KCGI는 최근 주식 1.31%를 추가로 매수해 지분율을 17.29%까지 끌어올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분 2.31%를 보유해 조 회장(2.34%)과 고작 0.03%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난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 열릴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하게 된다. 앞서 올해 정기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던 만큼 대표이사 연임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조 회장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서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배당 확대를 통한 우군 확보에 나서지 않겠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조짐에 우선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한진그룹은 전날 조 전 부사장의 비판에 대해 "국민과 주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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