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중동에 진출한 화장품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최근까지 'K-뷰티' 격전지로 떠오를 만큼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며 수출량이 매년 급속도로 늘었지만, 이번 일로 각 기업들은 중동 사업 확대에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3월 '에뛰드하우스'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1호점을 오픈하며 중동 지역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추가로 점포를 내며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으로 2006년 요르단에 매장을 내고 화장품 업계 최초로 중동에 진출, 현재 중동 7개 국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현지 유통상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바레인,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5개 국의 드럭스토어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토니모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세포라에 입점해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도 진출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사우디에 현지 최대 유통 그룹인 파와즈 알호카이르와 파트너사 계약을 체결해 현재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소비 경쟁력이 있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GCC 국가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이준코스메틱도 2018년 11월 중동 최대 뷰티 온라인 플랫폼인 '부티카'에 입점하며 중동 시장에 첫 진출했다.
이처럼 이들이 중동 시장에 앞 다퉈 진출한 것은 'K-뷰티' 인기가 확산되면서 향후 성장성이 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중동 화장품 수출 규모는 2018년 4천200만 달러로 2015년과 비교해 56.1% 늘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의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국가별로 화장품 등록 등 규제가 까다로워 진입 장벽을 뚫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한류 열풍과 함께 독특한 제품 디자인과 우수한 제품력으로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수출이 그 동안 중화권에 편중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시장 개척 차원에서 중동 지역에 진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지역 내 'K-뷰티'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아졌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현지 사업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기업 화장품 업체보다 중소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 수출 물량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대부분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미샤' 수출 물량의 40%는 중국, 30%는 일본, 나머지 30%는 40여 개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30% 중에서도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 역시 '더페이스샵'의 수출 물량 대부분이 중화권, 동남아에 몰려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이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전체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중화권, 동남아, 미주, 일본 등에 비해 아주 미미하다"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일단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지 사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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