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매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멀티 페르소나', '업글인간',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팬슈머'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했다.
'멀티 페르소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매체 등에 따라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다층적 자아를, '업글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이들, '오팔세대'는 5060 신노년층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들이 올해의 소비 주축 세력으로 떠오르며 시장을 이끌 것이란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가격과 품질보다 시간이나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함에 점수를 주는 '편리미엄' 트렌드도 올해는 대세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김 교수가 예측한 소비 트렌드 외에도 올해는 한 가지 소비 트렌드가 더 추가된 모양새다. 바로 '불안'이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까지 확산되자,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개인 위생과 관련된 제품들을 싹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황사', '미세먼지' 시즌만 되면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에 마스크, 손 세정제, 공기청정기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는 기존 기록을 다 갈아엎을 정도로 판매량이 상당하다. 실제로 오픈마켓, 대형마트, 편의점 등 마스크 판매처들의 매출은 최근 일주일 새 몇 십~몇 천 배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갑작스런 수요 급증에 공급 부족 사태로 쩔쩔매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마스크 특수를 노리고 폭리를 취하는 악덕 기업들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평소 1개당 몇 백원 하던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몇 천~만 원대로 가격이 훌쩍 올랐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기존 3만9천 원대에 판매하던 KF94 마스크 60매를 최근 18만~27만 원에 판매해 뭇매를 맞았다. 일부 업체는 사재기를 해 다시 제품 가격을 높여 되팔기까지 해 눈살을 찌푸렸다.
상황이 이렇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들의 폭리를 감시한다며 으름장을 놨다. 정부도 이달부터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마스크 등의 매점매석 행위를 적극 규제키로 했다.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팔지 않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나 이커머스 업체들의 엄포에도 소비자들은 시큰둥하다. 감시에 나선다고 했지만 마스크 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평균 500~800원 하던 마스크들은 3천~4천 원으로 가격이 훌쩍 뛴 데다 품절돼 구입하기도 어려워졌다. 제조업체들이 한정적이어서 물량 공급이 어려워 가격이 뛰었다고 항변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 특수'를 노리고 감시망을 빠져나와 여전히 시장을 흐리고 있어 가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에 이어 일부 업체들의 매점매석 행위마저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확진자들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아 이들이 전국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극장 등에서 활개치고 다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자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발길을 끊었고, 확진자가 방문한 곳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기업, 자영업자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으면서 울상이다. 다만 온라인 쇼핑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외국계 자본이 판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신이 난 모습이다.
결국 중국 눈치만 보다가 대응이 늦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덥지 않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 철수를 위한 전세기 투입 과정과 국내 격리지역 선정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는 이달 3일도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두고도 우왕좌왕하며 허술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미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비자 제한, 중국발 입국자 감시 등 상당한 조치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가장 낮은 단계인 입국자 감시 정도만 하다 방역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내며 국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앞서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을 때도 우리 정부는 눈치만 보다 무능력하게 대처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로 국민들이 건강에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보다 중국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확진자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 공포에 떨게 된 것도 정부가 이해 관계를 따지다 늦장 대응에 나섰던 영향이 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긴급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우한 교민들을 전세기로 데려오는 것과 관련해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시스템이 무너지면 국민의 신뢰도 무너지는 만큼, 실수나 부주의가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이 소비 트렌드의 한 축이 돼 버린 지금, 정 총리의 이 말은 이제 울림 없는 메아리 같다. 재외국민 보호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번 정부가 무엇을 제대로 보여줬는지 따져 묻고 싶다. 결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은 것은 기업과 영세업자, 국민들이란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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