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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인 자취 감춘 동대문…신종코로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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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3~40% 줄어들어…中 원단 시장 폐쇄에 공급마저 위기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설 연휴를 전후해 오가는 사람이 많이 줄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그래도 몇 명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중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줄어 실상은 메르스 때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빨리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이달 4일 오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인근에서 만난 상인 B 씨(37·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후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오시는 길에 중국어가 들리던가요?"라고 되물으며 이 같이 답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몇몇 소비자가 마스크를 낀 채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몇몇 소비자가 마스크를 낀 채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날 동대문 인근은 겉보기에는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모습이었다. 평화시장에는 옷을 살펴보는 내·외국인 고객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고, 인근에 위치한 '디오트' 주변에도 물건을 떼 가는 상인과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바삐 오갔다.

또 '두타몰'이나 '롯데 피트인' 등 동대문 소재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에도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생·직장인이 다수 모여 있었다.

다만 상인들은 이 같은 모습은 식사를 해결하러 온 손님들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며 신종코로나가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들의 말과 같이 1~2시간 가량 지나자 모여 있던 고객들은 하나둘 마스크를 착용하고 앞다퉈 자리를 떴고, 동대문 인근에는 적막이 찾아왔다. 단지 주기적으로 나오는 위생 관련 안내방송만이 공간을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K 씨(40·여)는 "지금도 한산한 편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에도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신종코로나 유행 이후 매출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전체 시장을 닫아야 할 판인데, 더 큰 타격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동대문 롯데 피트인 8층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이현석기자]
동대문 롯데 피트인 8층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이현석기자]

실제 동대문관광특구협회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동대문 상가의 방문객 수는 평소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매출액도 3~40% 줄어들었다. 중국인 투숙객이 다수 묵는 인근 호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어서, 중국인 관광객·내국인 숙박객 등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 인근 호텔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발병 이후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예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며 "타국 투숙객들도 식사할 때가 아니면 마스크를 벗지 않는 등, 신종코로나를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을 눈물짓게 하는 것은 비단 손님과 매출이 줄어드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중국에서의 원단 수입 루트가 사실상 차단돼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한숨을 지었다.

앞서 중국의 원단 시장은 춘절 연휴 이후 재개점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신종코로나가 확산됨에 따라 오는 8일 이후로 영업 재개 시점을 미뤘다. 별도 시점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저렴한 중국산 원단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박리다매'로 수익을 올리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인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상인들은 소비자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원단 공급이 차단돼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현석기자]
상인들은 소비자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원단 공급이 차단돼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현석기자]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L 씨(32·남)는 "우한·항저우 등에 원단 시장이 몰려있는데, 이곳에 신종코로나 발병자가 많아 개장 연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산과 중국산 원단의 단가 차이가 두 배 정도 나는 만큼, 국산 원단을 사용할 경우 남는 게 사실상 없어져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원단을 구입하면 3월은 돼야 도착하는 상황인데,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 자칫하면 봄 장사 전체를 그르치게 생겼다"며 "동대문에 있는 업체 대부분이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이 같은 원단 수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동대문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가 가격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L 씨는 "우리에게서 물건을 떼 가는 가게 중 상당수가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이라며 "공급 차질이 생기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작은 규모의 쇼핑몰들은 장사를 접게 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두타몰 1층에는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동대문 두타몰 1층에는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한편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코로나 환자가 4명 추가 발생해 총 2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3명은 앞서 발생한 확진자의 접촉자·가족 등 한국 국적자이며, 1명은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다. 또 앞서 발병한 환자 중 2번 환자는 지난 5일 퇴원했으며, 1번 환자도 완치돼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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