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적자의 늪으로 점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 2곳까지 진입할 땐 '출혈 경쟁'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CC 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LCC 업계 맏형인 제주항공이 3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진에어(-491억 원), 에어부산(-505억 원), 티웨이항공(-192억 원) 등도 줄줄이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제주항공의 경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기도 했다. 경영진은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12일 사내 메일을 통해 "지난해부터 항공업계가 공급 과잉과 한일관계 이슈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이슈로 항공 여행 수요가 극도로 위축됐다"며 "항공산업은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중국 노선까지 위축되면서 항공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은 LCC의 경우 돌파구 마련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이미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는 시장에 신생 LCC까지 진입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플라이강원이 운항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AOC)을 신청, AOC를 발급받는 대로 취항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중 절차가 완료돼 청주~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12일 AOC를 신청했으며, 9월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국내 LCC업체는 9개로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 비해 LCC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보다 인구가 6배 이상 많고, 국토 면적이 100배 가까이 넓어 항공 이동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LCC 수는 9개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8개, 6개로 한국보다 인구 수가 많고, 국토가 넓지만 LCC 수는 더 적다.
문제는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 수요는 살아날 기미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실적 회복세는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2003년 사스 때보다 훨씬 가파른데,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확산세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수요는 즉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 중국 노선 수요는 바닥일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가 돼야 일본 노선과 화물 수요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는데, 공급만 늘어나면 결국 인수합병되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규제 완화로 1978~1985년 118개의 신규 항공사가 설립됐지만, 경쟁 심화로 99개의 항공사가 사라졌고, 인수합병이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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