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체결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제주항공이 '위기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계약이 재차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인수 불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가 공급 과잉 속 일본 불매 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연내 SPA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천 주(51.17%)를 약 69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약 체결 시점을 올해 1월로 일정을 변경한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2월로 연기했다. 당시 제주항공 측은 "연말연시, 설 연휴 등의 이슈로 예상대로 진도를 내지 못했으며, 2월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부족한 상황일 뿐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등의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지연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짙다. MOU 체결 보름 만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한 차례 미뤄졌을 때만 해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계약이 두 차례 연기되자 양사가 이견 차를 보이거나 이스타항공의 우발채무가 발견됐을 것이라는 추측 등이 나온다.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수요 급감으로 항공 업황이 부진했던 데다 안전 문제로 '보잉 737 맥스8'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당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왔는데, 최근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자금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이달 12일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항공산업은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이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며 "인수에 대한 뜻이 변하지 않았다 해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양사의 M&A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고 역설했다.
만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마무리되고, 하반기 업황이 회복될 경우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노선 기저효과가 발생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 대한 대비가 향후 시장 선도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와 비용 효율화가 관건인데, LCC 중 압도적 규모로 수요 회복 구간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스타항공을 추진하는 등 시장 재편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고, 급격한 시황 악화로 향후 재편 속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시장 지위 확대라는 중장기적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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