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반면,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불발에 그치면서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16일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9.55% 줄어든 배럴당 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1.23%(3.80달러) 급락한 30.0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4.09%(1.51달러) 35.45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월2일(두바이유 배럴당 65.69달러, 브랜트유 66.25달러, WTI 61.18달러)와 비교해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로 원유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오히려 증산 경쟁을 펼치면서 유가는 하락하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산업가동이 여전히 지연되면서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1천480.14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1천291.56원이었다. 이는 올해 1월2일(휘발유 1천560.36원, 경유 1천392.26원)과 비교해 5~7% 하락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1~2월 국제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53.79원 인하할 때 주유소는 리터당 20.18원 인하해 결국 33.61원 더 적게 인하했다"며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이 소비자의 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원유 시장이 아닌 국제석유제품 시장, 즉 원유를 재생산한 제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유가가 아닌 국제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에서 정해진다.
아울러 우리나라만의 높은 유류세 역시 이같은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 ▲유류세 ▲유통비용 ▲마진(주유소) 등이 합쳐져 결정된다. 유류세만 60%를 차지한다. 즉, 원유가격이 줄어도 변동없는 유류세와 유통비용, 마진 탓에 가격인하가 쉽지 않다는 것.
이 밖에도 원유 시장에서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발생한 뒤 정유사와 주유소 등까지 실제 변동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데 유통기간상 최소 2~3주가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주께 본격적인 휘발유·경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유류세로 빠져나가다보니 정유업계가 기름값을 통제할 부문이 매우 적다"며 "기름값의 기준이 유가가 아닌 국제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에서 정해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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