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3년 더'에 성공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연임에 빨간불이 들어왔던 손태승 회장이 결국 우리금융을 3년 더 맡는다. 주총을 앞두고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지만 무난히 넘겼다.
손 회장은 연임 후 첫 행보로 취임식이 아닌 민생 현장을 택했다.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인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라는 당면과제를 풀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 회장은 앞으로 소비자 보호와 함께 비은행 부문 M&A에 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사다난했던 연임 과정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 해 9월 초까지만 해도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여왔다. 그러다 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으면서 연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각에선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이 자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연임을 하기 위해선 금감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하는데, 금융회사 CEO로선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이사회와 우리은행 노조가 손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이 손 회장의 문책경고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주면서, 연임에 제약이 되는 법률적 리스크를 모두 털게 됐다.
사실 이날 주주총회도 변수라면 변수였다. 우리금융 지분의 8.82%를 갖고 있는 2대주주 국민연금이 지난 19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해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25일 기준 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29.35%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은 무난하게 연임을 확정지었다. 주주총회에선 손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우리금융 과점주주, 우리사주조합, 예금보험공사 모두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주주의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53.67% 정도가 된다.
손 회장은 연임 확정 후 첫 행보로 취임식이 아닌 소상공인이 밀집한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 영업점 방문을 택했다. 손 회장은 영업점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동행한 권광석 행장과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어떻게 풀지 현장에서 즉석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로 돌아와선 즉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조하는 등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타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회장은 "현재는 코로나19에 대한 재난 위기 대응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에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기존의 위원회를 코로나19대응반, 경영리스크대응반, 민생금융지원반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편성한다"고 밝혔다. 또 "주총에서 주주들이 연임을 지지해주신 것으로 형식은 충분하다"라며 별도의 취임 관련 행사는 일체 생략하도록 했다.
◆ 금감원, 이번주 '손태승 DLF 제재 효력 정지'에 즉시항고
한편 금감원은 이번주 중으로 서울고등법원에 서울행정법원의 손 회장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장을 낼 계획이다. 행정소송법 23조 5항에 따르면 집행정지 결정 또는 기각 결정에 대해선 즉시 항고할 수 있다고 돼있다. 다만, 즉시항고를 내더라도 집행정지 효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만약 고등법원이 즉시항고를 받아들일 경우 집행정지 효력은 없어지지만, 손 회장의 연임에 소급 적용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항고가 인용되더라도 손 회장은 추가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등법원이 즉시항고를 인용하게되면, 금감원이 기존에 내렸던 제재 처분의 효력이 즉시 발생하게 된다"라며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연임이 무효가 될지 아닐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 항고가 받아 들여지더라도, 손 회장 측에서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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