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구원투수로 영입된 정호영 사장이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부진 속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자 탈출을 위해 잇단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3천8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적자 폭이 3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5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업계는 LCD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공세로 패널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타격도 불가피하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가동 시기는 1분기에서 2분기로 늦춰졌다. 또한 도쿄 올림픽 연기로 '올림픽 특수'에 따른 TV 수요 증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경영 악화로 지난해 9월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한상범 전 부회장이 용퇴하고, 정 사장이 사령탑을 넘겨받았다. 정 사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는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살림을 담당해왔다.
정 사장은 곧바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정 사장은 취임 후 사내 메일을 통해 "구조 혁신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일, WOLED(화이트 OLED)의 대세화와 함께 확실한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일, POLED(플라스틱 올레드) 사업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이 당면과제"라며 "이러한 과제들을 어느 때보다도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 사장은 취임 후 OLED 등 핵심기술 분야를 제외한 근속 5년 차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 선임과 동시에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잇따라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희망퇴직 단행으로 인해 인력은 대폭 축소됐다.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회사 직원은 2만6천632명으로 2018년 말(3만366명) 대비 3천734명(12.3%)이 줄었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지급한 위로금 규모는 2천188억 원에 달한다.
사업 분야에서도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정 사장은 경쟁력이 뒤처진 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8세대 LCD 팹의 TV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올 연말까지 남아 있는 국내 7세대 팹의 패널 생산도 중단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유휴 자원은 대형 OLED와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LCD 공장 정리 후 IT, 커머셜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배포한 '주주 레터'를 통해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대형 OLED 사업의 강화 ▲POLED 사업의 신속한 턴어라운드 ▲LCD 부문의 구조 혁신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OLED로의 사업 전환에 대한 정 사장의 의지가 재차 확인된 셈이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며 잘 대응하고 있다"며 "OLED를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악재 속에도 하반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광저우 라인 가동이 1분기에서 2분기로 연기됐고, 도쿄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가 지연되며 TV 수요 약세가 예상된다"면서도 "대부분 물량이 하반기에 출하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며, 하반기 스마트폰향 LCD 패널 사업 철수도 이익에 긍정적으로 판단, 하반기로 갈수록 전 분기 대비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며 "OLED TV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가동이 지연되면 감가상각비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실적은 V자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분기까지의 LCD 패널 가격 상승, 북미 고객사향 POLED 본격 공급,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을 감안하면 영업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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