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주주 복 없는 쌍용자동차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쌍용차는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했고 결국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만 2천540억원이다. 당장 7월까지 산업은행에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당초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마힌드라의 처지도 녹록지 않다.
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 기간에 누적된 적자 규모는 4천억원이 넘는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준비했던 이유다. 코로나19가 쌍용차에게는 더욱 큰 불운이 됐다. 제 살길 찾기도 바빠진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3개월간 최대 400억원만 지원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쌍용차가 위기에 빠지면서 정부도 고민이 깊어졌다. 쌍용차가 쓰러지면 협력업체도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쌍용차가 정부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기더라도 앞으로도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경쟁할 체력도 바닥이 났다는 평가다.
쌍용차는 고(故)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를 모태로 한다. 이후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쌍용그룹이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재계 5위권에 포함됐던 쌍용그룹 계열사였던 시절이 쌍용차의 전성기였다. 코란도를 비롯해 무쏘, 렉스턴, 체어맨까지 쌍용차를 대표하는 모델이 당시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쌍용그룹이 외환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1998년 대우그룹에 넘어간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대우그룹도 공중분해됐고 쌍용차는 2000년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혹독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마침내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지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상하이차는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에만 관심을 보였고 당초 약속했던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해 극심한 노사갈등의 씨앗을 뿌렸고 2010년 철수하면서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하면서 쌍용차의 상처도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출시된 티볼리는 쌍용차의 부활을 알리는 모델이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 소속이던 2007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다 2016년에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조6천285억원의 매출은 역대 최고실적이었고, 15만5844대를 기록한 판매량은 2002년 이후 14년만의 최대 기록이었다.
안타깝게도 쌍용차의 달콤함은 짧았다. 2017년 영업손실 653억원, 2018년 영업손실 64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2819억원으로 확대됐다.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마힌드라의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쌍용차 측은 마힌드라의 철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전날 평택공장에서 노조 대의원들을 만나 최근 경영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마힌드라의 철수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예 사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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