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보수의 텃밭인 강남갑에서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었다. 4선 의원인 김 후보와 고위 외교관 출신 북한이탈주민인 태 후보의 대결이 펼쳐지며 강남갑은 이번 총선의 주요 관심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태 후보가 앞서고 김 후보가 추격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후보의 면면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경향이 짙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강남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그밖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태 후보의 지지율은 52.3%, 김 후보이 지지율은 36.8%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비교적 크게 벗어난 15.5%포인트다.
강남갑은 그간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다. 신사동, 논현 1~2동, 압구정동, 청담동, 역삼 1~2동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이 내리 당선됐다.
전문직이 주로 거주하는 강남병과는 달리 강남갑은 기업인 또는 은퇴한 자산가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강남의 부동산이 수십억원이 넘는 자산이 되면서 부동산과 세금 등 경제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직 지역구 의원인 미래통합당 3선 이종구 의원이 험지 출마를 위해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미래통합당은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태구민 후보를 전략공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성곤 전 국회사무총장이 재출마했다.
태 후보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를 지냈으며 2016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북한이탈주민 중에선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태 후보가 정치 신인이라면 김 후보는 4선 의원 경력의 여당 중진이다. 전남 여수에서 내리 당선된 뒤 지난 20대 총선에서 강남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당시 이종구 의원에게 패배했지만 과거 20~30%대의 큰 격차를 9%로 줄이며 험지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세금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가격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 종부세 최대 70% 공제, 장기 실거주자 최대 100% 공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 후보도 종부세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 종부세 공제를 최대 80%로 확대하며 실거주자 종부세는 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남갑 주민들은 후보들의 면면이나 공약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겠다는 경향을 보였다. 강남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현안이 잘 해결되지 않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고, 후보들의 공약도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압구정한양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강남에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이번 정권 들어 세금 부담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태 후보가 탈북민이라지만 북한에서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지 않나. 능력은 있다는 것이니 정권 심판을 위해 태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견고한 지역 민심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논현동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이 지역에서는 길 가던 사람 아무나 잡고 2번 후보로 올려도 당선 될 것"이라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만큼 보수적이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젊은 층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지지로 김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삼 1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30대 여성은 "이 지역이 보수정당 아니면 어렵다지만 그래도 통합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기에 1번을 뽑을 것이다"며 "통합당에서 벌어진 각종 막말 사태를 보면서 염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역삼 1동은 전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한편 강남갑에는 김 후보와 태 후보를 포함해 정동희 민생당·김정훈 국가혁명배당금당 등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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