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옮겨 붙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업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양사 망 이용료 갈등에 대한 재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넷플릭스 측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당장 소송으로 방통위 재정은 중단된 상태다. 정부 중재가 아닌 법적 판단을 선택한 셈이다. 소송을 통한 압박 내지 결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4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과 증설,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
넷플릭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 LG헬로, 딜라이브와 협력한 것과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에 수차례에 걸쳐 협력을 제안 한 바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SK브로드밴드와 소비자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하고, 협력 방안도 계속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소송과 함께 협의를 통한 타결 등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의 이번 소송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한 협상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 ▲정책적 해석이 뒷받침되는 행정력에 대한 불신 ▲지난해 페이스북 법원 승소에 따른 반사효과 ▲향후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의 협상력 강화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 행정 판단 못 믿는다?…향후 법리 다툼 대비한 포석
업계에서는 이번 넷플릭스의 소송이 방통위 재정 중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 신청은 갈등에 대한 일종의 중재 요청으로 보다 원만한 양사 협상 차원에서 진행된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11월 12일 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 갈등 중재를 위한 재정을 신청 한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재정 중에도 양측 이견이 커, 합의점 도출이 어렵다 판단할 때 최후의 수단이 소송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 5항에 따르면 방통위 재정절차 진행 중 한쪽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재정절차가 중단된다.
넷플릭스 측이 방통위 판단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소송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소송으로 이번 망 사용료 문제는 방통위의 손을 떠났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정 중 소를 제기한 것은) 만약 재정 내용 자체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이후 소송에서도 불리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재정안 자체를 막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논쟁에서 자칫 감독당국이 국내 사업자 입장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번 소송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협상이 끝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법적 싸움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 캐시서버 설치 등 '오픈커넥트(Open Connect)'를 통해 ISP와 소비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ISP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망 증설 부담이 커짐에 따라 함께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양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실상 소송으로 불거진 형국이다.
또 넷플릭스가 법리적 판단을 받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해 페이스북이 방통위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의 경우 트래픽 늘자 접속 경로를 임의 변경, 서비스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용자 반발을 샀다. 방통위가 이를 문제 삼아 제재했으나, 페이스북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법적으로 제재 근거가 부족하고, 이용자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갈등은 이와 일부 차이가 있으나 결국 망 품질 논란과도 연결되는 이슈여서 넷플릭스 측이 이를 유리한 근거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더해 국내 사업자를 압박할 확실한 협상 카드 확보 등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시각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도 컴캐스트 등 대형 ISP와 망 이용 갈등을 겪자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있다"며, "(재정 중 소송을 제기한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협상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넷플릭스 소송으로 망 사용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확대된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망 사용료 등을 법에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플레이어들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차원의 고민이 선행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SK 측의 대응 등 확전 양상도 예상되는 대목.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이 전달되면 검토해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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