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이 1분기에만 1조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와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탓이다.
문제는 이같은 어닝쇼크가 에쓰오일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에쓰오일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이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이들이 1년간 벌어들인 합산영업이익(연결기준) 3조1천억원 수준에 근접한다.
에쓰오일은 지난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1천984억원, 영업손실은 1조7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손실은 8천806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분기 1조원 영업손실은 창사 44년 만에 처음이다.
이같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악화한 데 있다. 에쓰오일 전체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정유사업부문의 영업손실은 무려 1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정유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마이너스에 근접했다. 1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뺀 가격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결국 상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더욱이 1분기 유가가 연일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고 2~3개월치 가량을 비축해놓는다. 유가가 높을 때 샀던 원유비축분들은 재고평가 손실로 작용한다. 에쓰오일의 1분기 재고평가손실은 무려 7천200억원에 달했다. 1천410억원의 환차손까지 발생했다.
다른 정유사들의 상황도 비슷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에쓰오일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손실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장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적자가 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5천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천억원이다. 즉, 지난해 1년 내내 번 돈을 불과 3개월만에 모두 날린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9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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