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사업자 의무를 강화하는 n번방 방지법은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사적 검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서울 강남구 인기협에서 개최한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당정은 성착취 동영상이 유통된 n번방 사건으로 n번방 방지법을 추진 중이다. n번방 방지법에는 불법 촬영물 제작·판매 행위 형량을 확대 하고, 영상물이 유통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삭제, 핕터링 등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따라 국회에선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 촬영물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광온 의원), 전송방지, 중단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백혜련 의원) 등을 병합 심사할 예정이다.
인터넷 업계는 웹하드 사업자에게만 부여되던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가 모든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되고, 위반시 제재 수단으로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은 "이용자들이 주고 받는 메일을 메일 업체가 필터링한다고 한다면 누가 그 서비스를 쓰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서버 소재지도 불문명한 해외 기업을 잡으려고 국내 기업에만 정밀하지 못한 규제를 적용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n번방 방지법은 플랫폼 업체에 책임 의무를 강화시킬 순 있지만, 이용자들의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SNS 대화내용은 종단간 암호화, 서버에도 암호화 상태로 저장되므로 사업자가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 조치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전면적인 기술적 조치 시행시 이용자 통신을 아무 권한 없는 사업자가 감시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기본권인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사적 검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도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등에 인터넷사업자에 불법촬영물 등 불법정보 유통 금지가 중복 규정 돼 있다"며 "입법 중복 해소를 위해 국회 및 정부가 법제 양산이 아닐 효율성 있고 정확한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면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민간 업체가 사법기관처럼 콘텐츠를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규제가 강화되면 범죄자들은 해외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국내 플랫폼에 역차별을 강화해 이용자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빠져 나가는 썰물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인터넷 사업자에 일정 부분 모니터링 등 각종 의무를 부여해야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감청 가능성, 사법 집행자로서 역할을 업체에 전가하는 등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강화 법안은 실질적으로 해외사업자에게 적용이 곤란하다"며 "본사의 위치도 불명확한 텔레그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책임 불이행에 따른 형법을 집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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