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를 마침내 시작한다.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지 6년여만이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은 부지매입비로 인해 2조원이 넘는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했고, 완공까지 추가로 2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달 중으로 GBC 착공허가를 내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에 GBC 착공계를 제출했다. 착공허가나 나오면 GBC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현대차는 2014년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7만9341㎡)를 10조5천500억원에 매입했다. 토지매입대금은 현대차가 55%, 현대모비스가 25%, 기아차가 20%를 부담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건설비용 3조7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신사옥인 GBC를 짓는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BMW 벨트처럼 만든다는 구상이다. 폭스바겐그룹 본사인 아우토슈타트는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연간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꼽힌다. BMW그룹 본사 단지에 위치한 복합 자동차문화공간인 BMW 벨트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면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위상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공사 과정에서는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부지매입을 위해 투입한 비용을 감안하면 완공 때까지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 규모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를 제외한 부지매입 비용 10조5천500억원을 월복리 3% 상품에 예치했다고 가정하면 6년간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세금을 제외하고 2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완공시점인 2026년으로 계산하면 무려 4조4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한전부지 매입비용을 자기자본에 투입했다면 기회비용 손실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현대차 자기자본이익률(ROE)인 4.32%를 적용할 경우 완공시점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은 6조원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한전부지 매입비용을 인수합병(M&A)에 투입했다면 더 큰 수익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차와 한전부지 매입을 다투다 밀려난 삼성은 이후 글로벌 전장업체인 하만을 9조2천억원에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삼성에 인수된 하만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완공시킨 뒤 그동안 발생한 기회비용 손실 이상의 경제효과를 발생시켜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공사비 3조7천억원 마련을 위해 외부 투자자와 공동개발 방침을 세운 것도 기회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5월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는 것”이라며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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