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작년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여파로 여러 계열사 이사직에서 줄줄이 자진 사임했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25일 롯데지주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직접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세웠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자리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신임 이사장에는 기존에 롯데문화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올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실형은 면했지만 배임 죄목은 인정된 상태다.
이처럼 신 회장이 롯데문화재단 이사장 자리에서도 물러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자발적 의지보다 법규정에 따른 불가피 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공익법인설립운영법은 금고 이상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뒤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익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회장은 대법원 판결 여파로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직 외에도 지난해 12월 말일자로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쇼핑 사내이사직도 이 시기에 내려놨다. 다만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 임원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생긴 데다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에 부동산개발업 등과 관련된 계열사에선 사내이사로 오를 수 없다. 이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쇼핑의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진 사임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발적 결정이었다기 보다 사업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대법원 결정 이후 내부에서도 이를 염려해 관련 작업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집행유예가 선고된 기간 만큼은 법규정에 제약을 받고 있어 관련 계열사에서 사내이사직을 맡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다른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선 내려올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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