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로 '실적 쇼크'에 빠진 면세업계가 인천공항 임대료 추가 인하안 발표 소식이 늦어지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추가 인하 대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한 상태지만, 유관부서에서 대책 마련을 두고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답답해 하는 눈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기재부는 지난 15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3사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의 임대료 추가 인하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임대료 추가 인하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현재는 기재부와 협의만 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세한 사항은 우리 측에서 제시한 안을 기재부가 승인해야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이달 중에 발표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적정 인하율이나 소급 적용 등에 대해 결정된 것 없고,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는 애만 태우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공항공사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추가 인하안 대책 마련에 대해 희망을 가졌지만, 일주일이 넘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자 초조해 하는 눈치다. 앞서 인천공항공사 측은 정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임대료 감면 확대 등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날 간담회를 가진 항공업계에는 곧바로 500억 원 규모의 지원이 결정됐지만, 면세업계는 논의하는 데만 그쳤다"며 "간담회 후에 추가 지원 방안이 곧 나올 것 같았지만 열흘 동안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예상보다 지원책 발표가 늦어지자 면세업계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1분기에도 이미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2분기마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탓에 실적 악화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1분기 영업익이 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줄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로 인한 연쇄 휴점과 방문객수 급감, 공항 임대료 부담 등의 영향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7% 줄어든 9천43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실적 공개가 시작된 2000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668억 원이다. 이 중 면세부문 영업손실은 490억 원에 달했다. 국내 시내점과 공항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42%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신세계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4천889억 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1년 만에 영업이익이 450억 원 감소한 탓에 32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시내점, 공항점 매출도 각각 21%, 40% 줄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월 동대문점 오픈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난 1천831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9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53억 원으로 손실폭은 37.6% 늘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난달 면세업계의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매출액은 9천867억4천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감소했다. 면세점 이용객 수도 작년 4월보다 91.3% 줄었다. 지난달에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출국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9%나 줄어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은 544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에 면세점 3사가 지급한 임대료는 롯데가 193억 원, 신라가 280억 원, 신세계가 365억 원 등 총 838억 원으로, 3사 매출액보다 더 많았다.
여기에 이달 들어서도 이용객 수 절벽이 이어지며 실적 악화 분위기를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5월 출국객 수는 일평균 1천304명, 입출국객 수는 일평균 4천281명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이달에는 인천공항이 셧다운 기준선으로 잡은 전체 여객수 3천 명 이하를 기록한 날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전체 여객 수는 2천528명을 기록했고, 지난 11일은 2천738명, 12일은 2천782명으로 이달 들어 세 번째 3천 명 이하 여객수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는 임대료 추가 감면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용객 수가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10% 수준의 감면 혜택만 제공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월 대기업 계열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를 오는 8월까지 20% 인하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신 내년에 9% 정도로 예상되는 임대료 할인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달아 업체들의 반감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이동 제한과 검역 강화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전년 대비 99% 감소해 고객이 거의 없다"며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업체들에게 월 8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계속 요구해 사업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동일하게 왔지만 정부에선 고용 문제가 심각하게 얽힌 대기업에 대해선 지원책 마련에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공항들이 입점 업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인천공항이 임대료를 정액으로 내야 하는 최소보장금액제가 아닌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도 이제 한 달 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감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1분기에도 실적 쇼크를 입은 상황에서 더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세금과도 연결돼 있어 국토부와 기재부에서도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매출연동제 납부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최소 보장액을 면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해외공항 사례들을 참고해 정부에서 추가 감면책을 하루 속히 내놓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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