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이스타항공이 5월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제주항공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넉넉지 않은 사정 탓에 고민에 빠졌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날 직원들에게 5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공지했다. 이스타항공은 2월에는 급여의 40%만 지급했고, 3월과 4월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4개월 연속으로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임금체불이 길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3월 24일부터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까지 접으면서 셧다운에 돌입했다. 당초 이날 재개하려던 국내선 운항도 다음달 25일까지로 미뤘다.
항공사 특성상 리스료와 항공기 관리·운영비 등의 고정비는 매월 지출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주기료라도 아끼기 위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의 버티기는 제주항공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제주항공이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고 자금이 투입되면 정상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여 왔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스타항공을 잡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 3월 매각대금을 150억원 깎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을 강행했다. 계약 당시 119억5천만원을 지급했고, 4월 29일 잔금을 납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잔금일 하루 전에 납부를 무기한 연기했다.
항공업계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탓이다. 최근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1천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 제주항공의 현재 상황을 말해준다.
특히 제주항공으로서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 짓는 순간 당장 밀린 임금 200억원가량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고민이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선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자력으로 임직원 급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산업은행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서 빠졌고,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임직원들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 일가가 책임지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제주항공 역시 최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을 요구했지만 이상직 당선인 일가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진행되는 등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인수 과정이 진행 중인 만큼 협의가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비밀유지 조약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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