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미국이 최근 화웨이에 대해 발표한 강력한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지속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함께였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화웨이 제재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단기적으로 삼성이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만 TSMC를 제외하고는 7nm(나노미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핵심 파운드리 공급업체인 TSMC가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지만, 관련 반도체 장비를 대부분 미국 업체로부터 받고 있어 미국의 제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자사 기기에 들어가는 기린980, 기린990, 티엔강, 쿤펑 등 핵심 칩들을 모두 TSMC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TSMC의 신규 주문이 끊길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제재에 12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TSMC와 화웨이 모두 제재로 인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운터포인트가 추산한 지난해 반도체 장비업체 시장점유율을 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의 3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이 45%가 넘는다. 19.1%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네덜란드의 ASML 역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TSMC가 단기적으로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업체들로 화웨이 물량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래디 왕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TSMC가 핵심 고객인 화웨이를 잃게 되면서 TSMC는 향후 3nm, 2nm 등 신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TSMC가 신규 미세공정에 진입할 때마다 안정적인 고객사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받을 영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함께 '유이'하게 파운드리에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했는데, 이에 화웨이가 삼성전자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화웨이가 TSMC의 대체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활용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력 차이가 커서 단기간 내 조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로서도 화웨이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삼을 경우 미국 정부 차원에서의 압박이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화웨이와 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 역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양쪽에서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혜를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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