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서울 강동구에 새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면서 서울 지역에만 수소충전소가 4곳으로 늘었지만 갈 길이 멀다.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2개뿐인데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는 빠르게 증가해 현재 서울지역에만 1천49대가 보급됐다. 또한 서울시는 올해에만 수소차 1천25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이로써 서울 지역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양재 ▲상암 ▲국회 ▲강동 등 4곳이 됐다. 하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이날 문을 연 강동과 국회, 두 곳뿐이다.
양재와 상암 수소충전소는 지난해 말 각각 운영 중단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양재 수소충전소는 노후화와 충전 차량 급증에 따른 설비 과부하로 고장이 발생해 수리를 진행하다 아예 리뉴얼에 들어가 이르면 올해 말에나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충전 용량을 늘리기 위한 승압공사를 진행했던 상암 수소충전소는 지난 27일까지 테스트 충전을 마쳤고 보완작업에 들어가 아직 언제 다시 문을 열지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동안 서울 지역 수소충전소는 국회 한 곳뿐이었다. 국회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원래 8시 ~ 22시까지 운영했는데 상암하고 양재가 문을 닫아 넥쏘 운전자들 편의를 위해 6시 ~ 23시까지 운영을 연장했는데 이달 31일부터 다시 원래 운영 시간대로 돌아가게 됐다"며 "강동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어 차가 어느 정도 분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 지역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서울 지역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가 1천49대(수소택시 포함)여서다. 특히 서울 지역 수소전기차 증가율은 2019년 전년대비 613%나 된다. 여기에 서울시는 올해 수소차 보급 물량을 수소전기차 1천233대, 수소전기버스 17대 등 총 1천250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각 수소충전소의 충전기 대수는 1대씩이고 하루 70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 또한 대기가 없을 때에는 5분 정도면 충전이 가능하지만, 차들이 충전을 하러 동시에 몰려들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수소충전소 처리 용량이 400kg 정도인데, 수소전기버스의 충전 용량은 수소전기차 6kg의 4배가 넘는 25kg이다. 즉 수소전기버스 보급도 확대하라면 수소전기버스의 충전 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필요하다. 더불어 버스 차고지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야 편리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10개월 간 서울에서 시범 운행에 들어갔던 405번 수소전기버스의 차고지도 양재 수소충전소에서 가까운 서초공영차고지였다. 하지만 양재 수소충전소가 수소전기버스 전용 충전소가 아니다보니 일반 수소전기차 대기행렬이 길어지면 충전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전기버스에 우선적으로 충전을 가능케 한 바 있다.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할 때 수소차 기술은 엄청 발달하고 수출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 소비자 중심으로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면서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초기 충전소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추가적으로 서울 지역에도 수소충전소뿐 아니라 수소생산기지 등을 구축할 계획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계획은 있지만 서울 쪽이 특히 힘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일단 부지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에 따르는데, 이 때문에 국회와 강동 수소충전소의 경우 규제를 완화해 구축한 사례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추진된 것이고, 강동 수소충전소는 개발제한구역 내 허용과 융복합 패키지형 자동차충전소 시설기준 특례 등이 적용된 것이다.
현재 서울 지역서 올해 구축을 목표로 추가적으로 진행 중인 수소충전소는 ▲현대계동사옥 ▲우신CNG충전소 ▲탄천물재생센터 ▲서남물재생센터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수소생산기지 건립은 좌절된 상태다. 지난해 정부가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 대상지로 서울 강서 지역을 선정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수소생산기지 건립도 중요한 이유는 수소생산기지가 수소충전소 가까이 있어야 수소 운반비용이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 상암을 제외한 서울 지역 모든 수소충전소가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운반하고 있는데, 튜브 트레일러의 용량은 약 250kg으로 수소전기차 50대 정도를 충전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울산, 여수, 대산 등 3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수소가 생산되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수소충전소들은 튜브 트레일러로 이 생산된 수소를 운반해 충전소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를 튜브 트레일러로 한 번에 실어 나르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까 수소생산기지가 가까이 있을수록 더 효율적"이라며 "서울 인근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시설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운반비용을 줄인다면 고정비 절감으로 수소가격도 또한 절감할 수 있다.
상암 수소충전소의 경우 수소를 직접 생산하긴 하지만 이 또한 넉넉한 양은 아니다. 상암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리를 통해 승압공사를 한 것은 넥쏘 운전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용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다른 곳이랑 다르게 수소를 실어서 오지 않고 직접 생산하다보니 양이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암 수소충전소는 이 때문에 문을 다시 열면 유료화와 함께 예약제로 진행할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수소차 보급 확대가 수소충전소 구축에 속도를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초기에는 정부가 충전소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현재 수소충전소 용량이 적은 것은 아직 수소차가 적기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지니까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서다"면서 "아직 투자자들이 수익성 여부를 저울질해서 그렇지만 수소차가 많아지고 수익성이 날 거라는 확신이 들면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수소차가 많아지기 위해선 그 전까지 어쩔 수 없이 정부에서 나서서 충전이나 생산시설을 갖춰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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