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3자연합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지난달 26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반도건설의 보유 지분 8.2% 가운데 5%를 넘는 3.2%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당시 법원은 반도 측이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명시한 것은 허위공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의결권을 제한했다. 법원 판단의 근거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지난해 12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명예회장직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3자연합은 정기주총을 앞두고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주총은 조원태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것은 물론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사내외이사가 모두 선임됐다. 반면 3자연합 측은 이사회에 단 한명도 진입하지 못했다.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이미 조 회장 측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 의결권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주어지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주식을 확대한 결과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42.74%였던 3자연합의 지분율은 최근 반도건설이 2%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45%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1.15%로 3자연합에 3%포인트 뒤지고 있다.
당장 임시주총이 열리면 3자연합이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사 해임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조 회장 측이 3분의 1이 넘는 현재 지분율만 유지하고 있어도 앞으로 3년간의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다. 3자연합의 주축인 KCGI는 사모펀드 특성상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에 정기주총 결과를 무효로 돌리고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3자연합의 경영권 위협이 대한항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추가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자연합은 한진칼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에도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3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한진칼도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1천억원은 단기차입을 통해 이미 마련한 상태지만, 추가 대출이나 자산매각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3자연합은 최근 한진칼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내용증명서 발송했다. 이에 앞서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 지원에 나선 정부도 대한항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하게 될 3천억원 규모의 신주를 대한항공에 지원에 대한 담보로 잡았다. 산업은행은 앞서 주식전환 영구채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 지분 10%가량도 확보한 상태다. 한진칼 지분 경쟁과 무관하게 대한항공 지분을 확보해 정부의 자금 지원이 경영권 분쟁에 이용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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