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선택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1일 한진칼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방식으로 3천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BW로 조달하는 3천억원으로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2천억원을 투입하고, 채무상환에 1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3천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1천억원을 단기차입으로 조달하기로 결정했고, 이번에 발행하는 BW 조달자금 가운데 2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전망이다.
한진칼은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주주를 비롯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주주·일반인 대상 청약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일반 공모 방식이 청약률 상승과 일정 단축을 가능하게 해 대한항공 유상증자 납입 일정 준수에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한진칼의 이번 자금조달 방법 결정을 두고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법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자금조달 방법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지분율 격차에 변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자 연합은 한진칼이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3자 연합은 최근 한진칼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라"는 내용증명서 발송한 이유다. 이에 앞서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반대로 한진칼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조 회장 측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 측이 불참하고 3자 연합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42.74%였던 3자연합의 지분율은 최근 반도건설이 2%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45%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1.15%로 3자연합에 3%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이사회는 양측 모두의 사정을 감안해 BW 발행이라는 묘수를 찾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측은 이번 자금조달 방법에 대해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진칼은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토대로 적시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한진칼의 차입구조 개선 및 추후 자본확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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