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뉴 삼성'을 선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시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 공언한 '뉴 삼성'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경영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적극적인 현장경영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뉴 삼성'을 위한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 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이 사업을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으로, 재계 1·2위 총수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차세대 전지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는 기업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협력을 논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어 이 부회장은 정 부회장과의 단독 회동 나흘 만에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17~19일, 2박 3일간의 출장에서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찾아 코로나19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첫 해외 출장으로, 사흘간의 짧은 일정 동안 3번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며 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시안반도체 공장에서 임직원들에게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로,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2공장 증설에 착수했고, 코로나19에도 증설 작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초격차' 확대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경기 평택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1일 평택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계획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이어 발표한 반도체 투자 계획이 각각 10조 원, 8조 원 안팎의 규모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열흘간 18조 원 규모의 '통큰' 투자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파운드리 투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 총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올해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 왔다. 여기에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2002년부터 18년 동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초격차 확대에 나선다. 평택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대한 8조 원 투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도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미래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속에도 임직원들에게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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