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또다시 확산될 조짐이다. 불매운동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닛산·인피니티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토요타·혼다 등 다른 일본 자동차 업계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토요타·렉서스, 혼다, 닛산·인피니티 등 일본 자동차의 올해 1~5월 국내 시장 판매량은 총 7천30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만9천536대)보다 1만2천228대(62.6%) 줄어든 수치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인피니티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인피니티는 올해 1~5월 총 222대 판매에 그치면서 전년 같은 기간(965대) 대비 77.0% 급감했다. 혼다도 70%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혼다는 1~5월 1천323대를 판매해 지난해(4천883대) 보다 72.9% 감소했다.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도 풀이되지만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3사의 판매량은 오히려 급증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독일차 판매량 증가는 일본차 수요를 흡수한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차 판매량은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부터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렉서스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매월 1천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다가 7월 1천대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로는 단 한번도 1천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토요타와 혼다 역시 1천대 전후를 기록하던 판매량이 현재는 500대를 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인피니티는 매월 200대를 넘나들던 판매량이 지나해 8~9월에는 50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1월에는 단 1대를 판매하는 굴욕을 당했다. 2~5월 역시 판매량이 수십대 수준이다. 닛산 역시 매월 300대가량을 판매하다가 지난해 8~9월 50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로도 예전의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닛산·인피니티가 한국시장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올해 12월까지만 기존 재고를 판매하고 향후 8년 동안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내용과, 8년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닛산 측은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한국시장 철수가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예상을 깨고 불매운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사의 경영상황마저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비주력 시장인 한국에서의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렉서스와 혼다 등은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한일 관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제2의 닛산'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WTO 제소를 결정하면서 한일 갈등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더욱 멀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판매량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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