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정부 긴급 지원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제한된 지원에 더욱 큰 어려움에 빠졌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4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기간산업기금 지원에 나선 가운데 지원 조건으로 총차입금 5천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을 제시했다. 국내 LCC 가운데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항공사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정도다.
기간산업기금에 희망을 걸었던 LCC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손실을 내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1분기에는 단 한곳도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2분기 항공업계의 손실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항공의 인수 결정을 기다리며 개점휴업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이 가장 다급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4일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면서 셧다운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달 25일부터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려다 한달 연기했지만 현재 상태라면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째 임금지급도 못했다.
정부는 기간산업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LCC를 위해 다른 금융지원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때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자체적인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에어서울은 최근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300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고, 티웨이항공은 지난 5일 운영자금 642억5천만원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제주항공도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1천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에어부산도 조만간 자금조달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부산은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는데 발행주식의 총수를 1억주에서 2억주로 확대하는 안건이 포함됐다. 에어부산 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의 발행한도 확대"라고 설명했다.
LCC들은 국제선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선을 늘리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경쟁적으로 신규 노선에 취항하면서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항공사업 면허를 남발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LCC 업계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이미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현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가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 고용안정 쟁취 투쟁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거대 항공사들에 천문학적 세금을 쏟아 붓고 LCC는 도산하도록 방치하려 한다"면서 "항공재벌 독점을 강화하는 것은 LCC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값싸고 질 좋은 여행의 편익을 누릴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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